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이름을 날린 이 감독의 프로 구단 감독 도전은 쓸쓸하게 막을 내렸다.
두산은 2일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이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자진사퇴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올 시즌 58경기에서 23승3무32패를 기록하며 리그 9위로 처졌다. 4월 10승12패를 거둔 두산은 5월 들어서도 11승3무13패로 반등에 실패했고, 결국 감독의 자진사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역 은퇴 후 해설 위원, 방송 출연 등으로 제2의 인생을 보내던 이 감독은 2023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3년 총액 18억 원에 감독 계약을 맺었다. 지도자 경험이 없던 인물을 바로 감독으로 앉힌 파격 인사였다.
당시 두산은 "이름값이 아닌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조화를 통해 두산 베어스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 감독은 부임 후 2시즌 연속 팀을 가을 야구에 올려놓으며 하위권으로 떨어진 팀의 경쟁력을 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시즌엔 5위, 2024시즌엔 4위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가을 야구에서의 부진이 이 감독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혔다.
2023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다이노스에 패하며 1경기 만에 탈락했고, 2024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승의 우위를 점하고도 KT 위즈에 2연패를 당하면서 KBO 최초 업셋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탈락 후 잠실 구장을 둘러싼 팬들이 '이승엽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전례 없는 비판을 쏟아냈고, 이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비시즌 절치부심한 이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 명예 회복을 별렀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허경민의 이적과 김재호의 은퇴로 내야진이 헐거워졌고, 마운드에서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발 투수 곽빈과 불펜 홍건희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결국 이러한 악재를 극복하는 데 실패하면서 성적이 추락했다.
지난 주말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에 2연패를 당한 게 결정타였다. 이 감독은 결국 구단에 자진사퇴 의사를 표했고,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