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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국내 공연계 대표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모셔널씨어터 사옥에서 열린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이하 '보이스 오브 햄릿') 라운드 인터뷰에서 햄릿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오필영 디자이너는 "햄릿을 1인극, 그것도 록 뮤지컬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다"며 "한 인물의 깊은 내면을 절규하듯 토해내고, 모든 서사가 그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가며, 감정의 굴곡을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햄릿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개막한 '보이스 오브 햄릿'은 영국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을 콘서트 형식의 1인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햄릿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의 독백을 강렬한 록 음악과 함께 무대 위에 풀어낸다.
오 디자이너는 "햄릿은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로 감정 표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그의 내면에는 거센 회오리가 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면의 격랑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로 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AI는 좋은 창작 소스 될 수 있어"
'보이스 오브 햄릿'은 극작과 작곡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창작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오필영 디자이너는 "4년 전 이모셔널씨어터를 세운 후, 공연 문화 시장 안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며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AI를 공연 제작에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3~4개월간 실험을 거쳐보니 AI가 좋은 창작 소스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했다. 이후 오 디자이너는 연출 1명, 작가 2명, 작곡가 1명으로 이뤄진 콘텐츠개발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2년 넘게 AI로부터 최적의 결과물을 끌어내기 위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고 한다.
이렇게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AI 기반 작품 개발 모델'을 통해 '보이스 오브 햄릿'의 대본과 음악 초안이 탄생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수정·보완 작업이 시작됐다. 개발팀과 창작팀은 대본에 감정적 깊이를 부여하고 서사를 정교화하는 데 몰두했다. 음악은 김성수 음악 감독이 편곡을 맡아,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로 완성도를 높였다.
편곡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에 관해 묻자, 김성수 감독은 "AI가 만든 초안은 전통적인 음악이었다"며 "이야기 구조 안에서 음악을 어떤 장르로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답했다.
오 디자이너와 김 감독은 AI는 효율적인 도구이지만, "창작자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작품은 창작자의 열정과 손끝에서 완성된다"고 입을 모았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이모셔널씨어터의 '더 보이스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앞으로 어떤 인물을 소개할 계획인지 묻자, 오필영 디자이너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흥미로운 인물"이라며 "그 인물의 내면을 표현할 음악 장르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우 옥주현,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이 햄릿 역을 맡아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