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모자에 새겨 넣은 문구. ⓒ News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초심, 행복, 웃자, 즐겁게."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8)은 최근 1군에 올라오면서 모자챙에 이같은 문구를 적어넣었다. 이 네 단어는 최원준이 새롭게 마음을 다잡겠다는 굳은 다짐이었다.


최원준은 "멘털적으로 내 스스로를 억누르는 것 같아서 아내와 상의한 끝에 이 단어를 적어봤다"면서 "팀에 피해를 줄 수는 없기에,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원준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1홈런) 1득점 2타점을 기록, 팀의 8-3 승리의 주역이 됐다.

최원준은 이날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6-3으로 앞서던 8회말 2사 1루에선 두산 대타 김인태의 장타성 타구를 집중력 있게 쫓아가 펜스에 몸을 부딪히며 잡아냈다.


이어진 9회초 무사 1루에서 맞은 5번째 타석에선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을 쏘아 올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경기 전 이범호 KIA 감독은 "최원준에게 편안하게 경기하라고 했다. 공격이 안 되면 수비로, 수비가 안 될 땐 공격으로 만회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고 했는데, 최원준은 공수 모두에서 팀에 기여했다.

최원준도 "감독님께서 편하게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최원준. /뉴스1 DB ⓒ News1 김도우 기자

최원준은 올 시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41경기에서 0.204의 타율에 4홈런 15타점 6도루 등 기대 이하의 수치를 기록 중이다.

3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빠른 발에 중장거리 타격까지 기대할 수 있던 타자가 FA 한 시즌을 앞두고 최악의 부진을 이어간 것이다.

지난달 21일 KT 위즈전에선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책을 범한 뒤 곧장 경기에서 빠졌고, 그날로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올 시즌에만 두 번째 2군 강등의 아쉬움. 하지만 최원준은 2군에서의 시간이 오히려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2군을 오가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야구해야 지 정할 수 있었다"면서 "1군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복한 줄도 몰랐다. 생각을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과 최원준. /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이범호 감독은 딱 열흘을 채운 뒤 최원준을 다시 불러들였고, 두 번째 강등 후 다시 복귀한 최원준은 모자에 문구를 새겨넣으며 각오를 다졌다.

최원준은 "나도 감독님이 나에게 어떤 걸 원하시는지 잘 알고 있지만, 그게 마음처럼 안 돼서 힘들었다"면서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고 왔고, 멘털적으로 접근하려 했다"고 했다.

최원준은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최대한 웃으면서 야구하려고 노력한다"면서 "공격에 얽매여 있을 때 수비에서도 딴 생각을 하다 실수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마음 먹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