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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국가 기반 산업을 지탱해 온 시멘트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진 데다 국내외 탈탄소 압박도 커지는 등 이중고에 놓여있다. 업계에선 지금의 난관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기술·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본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유례없는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21.8% 감소한 812만톤에 그쳤다. 최근 5년간 1분기 내수 기준 출하량 중 가장 낮다. 1998년 IMF 외환위기에 돌입한 첫해 1분기 이후 역대 최대 감소율이다.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가 업계의 직격탄이 됐다. 시멘트가 주요 건설 자재로 쓰이는 만큼 건설업 부진은 곧바로 시멘트 수요에 영향을 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밝힌 지난 4월 건설기성 증가율은 전년 동월보다 20.1% 떨어졌으며, 이러한 감소세는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성은 실제로 시공이 진행된 만큼을 반영한 건설 실적을 뜻한다.
여기에 탄소 중립 압박까지 커지면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시멘트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등과 함께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분류돼 꾸준히 감축 압력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는 규제 이행과 실질적 비용 부담을 동시에 안겼다. ETS는 매년 기업별로 배출할 온실가스 할당량을 정해주는 제도다. 할당량 초과 시 일정 금액을 내고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최근 열린 시멘트 기술교류 국제행사 '셈텍 아시아 2025'에서 "(ETS 법정 운영 단계인) 1~2차 계획 기간 중 건설경기 회복으로 생산량이 증가해 탄소 배출량이 함께 늘어난 적 있다"며 "당시 배출권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대부분의 시멘트 업체가 배출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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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절실하다.
사회 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해 건설업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SOC 예산이 투입되는 주요 인프라 사업은 대부분 시멘트 수요가 큰 토목공사여서다. 업계에서도 올해 정부가 SOC 예산을 전년 대비 1조원 축소한 걸 우려한다.
저탄소 제품 생산과 순환자원 재활용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요구된다. 정부는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 핵심기술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저탄소 원료를 활용한 석회석 대체 기술 ▲순환자원 및 무탄소 연료 대체화 등을 정착시키려면 적극적인 R&D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제도적 개선도 관건이다. 낮은 다양성의 한계를 지닌 KS(한국산업표준)의 재개정이 주효하다. 여러 산업 부산물을 시멘트 원료로 활용하면 탄소 감축과 폐기물 처리 효율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종 재정 지원 역시 중요하다. 기후대응기금 등을 통해 탄소차액계약을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의 저탄소 투자비용을 정부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 방식이다. 김진효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국내 시멘트업계가 다양한 탄소 감축 수단들을 도입하도록 합리적인 인센티브가 부여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