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정부가 기획재정부의 예산기획 기능을 총리실로 분리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재편 논의를 본격화한다.국정기획위원회가 60일 안에 확정할 '100대 국정과제'에 해당 구상이 포함될 경우 기재부 권한 축소와 조직 개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정기획위원회는 총리실 산하로 예산 편성과 기획 기능을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모델을 부분 복원하는 형태로 기재부는 재정총량과 거시전략 중심 기능만 유지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된 대통령실 재정기획관의 부활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획 방향 설정은 대통령실이, 실무 조정은 총리실이 맡는 식의 역할 분담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제·재정 정책의 최종 조율 권한이 대통령실로 더 기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산 사령탑이 기재부와 총리실 양쪽에 나뉘게 되면 권한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1999~2008년 기획예산처 존치 당시에도 부처 간 조정 과정에서 역할 중복과 이견으로 인한 파행이 반복된 바 있다.

예산권 분리는 기재부 권한을 견제하고 국정철학을 예산에 반영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재정 안정성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 중앙집권이 강화 됨에 따라 집행 효율성도 기대된다. 터키의 경우 2018년 전략·예산청(SBB)을 설립하면서 중기재정계획, 성과기반 프로그램 예산제도를 통해 중앙 재정운용 효율이 제고되었다. 2019년부터 GDP 대비 재정수지는 구조적 흑자로 전환되는 성과도 나타났다.


다만 예산 사령탑 이중화로 인한 ▲기능 충돌 ▲정치화된 편성 우려 ▲법 개정 지연 등의 리스크가 수반된다. 특히 시장의 신뢰와 재정준칙 이행 여부는 제도 설계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권한 이동을 넘어 중립성과 투명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권한이 대통령직 주변에 집중되기 때문에 정책 결정의 자율성과 견제 장치가 약화될 위험도 있다. 터키 역시 2023~24년 경기침체·환율 불안·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혼란 속에서는 경제 주체들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제도 신뢰가 약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제도적 이행을 위해선 정부조직법과 국가재정법, 예산회계법 등 다수의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예산안 편성 일정상 2026년 회계연도부터 적용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기재부 예산실을 비롯한 내·외부 조직 저항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예산안 편성 일정과 재정준칙 운용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예산요구서 제출 마감이 5월 말, 정부안 국회 제출이 9월 초인 점을 감안하면 총리실의 실무 역량 확보가 지연될 경우 조정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국가채무비율과 관리재정수지 목표를 담은 재정준칙 운용 주체가 불분명해질 경우 시장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6월16일 공식 출범하며, 8월 중순까지 100대 과제와 5개년 국정운영 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예산기획 분리안이 최종 포함될 경우 향후 정기국회에서 조직 개편과 관련된 여야 공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