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류열 S-OIL 사장(오른쪽). /사진=뉴스1·머니S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년 1분기 내 국내 석유화학 업계 자구안 최종 제출을 예고한 가운데 울산 산언단지는 시한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석유화학 재편 방향으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응한 기초유분 원가 경쟁력 확보 ▲스페셜티(고부가 화학 제품) 전환 등 두 가지 축을 제시하고 있다.

울산 산단은 2027년 S-OIL(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상업 가동이 예정돼 있어 기초유분 50만톤의 과잉 공급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S-OIL 측이 아직 가동되지 않은 NCC라는 이유를 들며 재편에 동참하지 않고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울산 산단 자구안 제출 이후 2주 동안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 산단 관계자들은 정부가 요구한 내년 1분기 내 최종안 제출이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샤힌 프로젝트의 완공 이후 가동 흐름을 지켜본 뒤 과잉 공급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데 S-OIL이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제출된 울산 산단 자구안도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S-OIL 등 3사가 다운스트림 최적화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합작회사 설립이나 공동 운영 여부 등 구체적인 방향성은 제시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에틸렌 270만~370만톤 감산을 요구했고 여수·대산 산단과 여천 NCC가 적극 동참하며 목표치는 사실상 달성됐다. 제출된 자구안이 이행될 경우 기초유분 가격 경쟁력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대산 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시설 통폐합을 통해 110만톤 감산을 이뤘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논의를 진행 중인데 LG화학 제1공장 폐쇄가 유력해 감산 규모는 120만톤에 달한다. 여천 NCC는 제3공장 폐쇄로 47만톤을 줄였고 1·2공장 구조조정도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 산단에서 에틸렌 감산이 이뤄지며 기초유분 공급망이 효율화되고 경쟁력이 제고될 전망이다. 남은 곳은 울산 산단이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가 정부의 고부가 전환 기조에 부합하다고 주장하지만 업계 시각은 다르다. 울산 산단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단순 기초유분 생산"이라며 "고부가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이어 "(샤힌 프로젝트는)원가를 낮춰 비싸게 파는 것"이라며 "고부가는 같은 원료로 더 비싼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현재 시설 통폐합이 논의 중인 NCC와 동일한 영역에 속한다. 다만 TC2C 공법을 활용해 원유에서 기초유분을 직접 생산함으로써 생산 원가를 낮춘다는 것이 차이다. 업계는 샤힌 가동 시 울산 산단에 한정한 연간 피해액만 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석유화학 재편이 성공하기 위해선 S-OIL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샤힌 프로젝트로 인한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면 노후화된 SK지오센트릭 NCC 설비를 중단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미 21만톤 설비를 중단한 SK지오센트릭만 부담만 늘릴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은 NCC 설비 일부를 폐쇄한 뒤 남은 66만톤 설비를 중심으로 공급망 효율화를 이뤘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현재 NCC 추가 폐쇄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울산 산단 논의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