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에 뒷전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사진=머니S

올해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에 따른 이익만 추구할 뿐 투자자 보호에 뒷전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러 주관사가 국가 성장 동력을 살릴 유망 기업을 발굴해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는커녕 단기적 투기 심리를 활용해 '공모가 높이기'에만 혈안이라는 비판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주 주가가 초반 급등 이후 급락하는 데 대해서는 성장기업에 대한 장기투자보다는 이른바 '단타 투기' 심리가 몰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기업 가치보다 공모가를 높게 정해도 '한탕주의' 투자자들이 몰리니 공모금을 조달하려는 기업과 그들을 고객으로 둔 주관사가 고평가를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주관 증권사로서는 IPO에서 인수·상장 성과 수수료 등 직접 이익뿐 아니라 다양한 영업 확장 기회까지 얻는다. IPO로 쌓은 관계가 이후 유상증자 등 주식자본시장(ECM)이나 대출·채권 등 부채자본시장(DCM), 나아가 해당 기업 관련 고액 자산가 자산관리(WM)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도 투자자보다 상장사에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기업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가 더 높은 공모가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가격은 결국 상장 이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가치평가 과정은 투자자 누구나 확인 가능해야 하며 IPO는 투명성과 시장 친화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장 뒤 주가가 오르면 기업 고객으로서는 공모금을 더 받을 수 있었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어 주가 상승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되레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모가 높을수록 '좋다', 주가 오르면 '오히려 싫다'…주관사 이익 따라

NH투자증권이 주관에 참여한 기업들 주가 성적표./그래픽=김은옥 기자

아예 상장 기업 주가가 높을수록 이익인 증권사가 주관사를 맡기도 한다. 직접 지분을 보유하거나 차입금을 대출해준 증권사 등이 해당된다. NH투자증권도 올해 NH프린시플사모투자합자회사를 통해 지분을 가진 씨케이솔루션을 대표 주관했다. NH프린시플은 씨케이솔루션 상장 직후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엑시트'했다.


씨케이솔루션은 공모가 1만500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1만540원으로 떨어진 지난달 23일 주가 부양 등을 위한 자사주 신탁 취득을 공시했다. 신탁사도 NH투자증권이다. 주가가 다시 뛰면 '한국거래소가 공익 실현·투자자 보호를 위해 의무보유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주주'에 해당해 NH프린시플이 상장 초반 팔지 않았던 지분을 추가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NH투자증권이 주관에 참여한 종목 가운데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종목은 씨케이솔루션(25.8%)뿐이다. ▲티알엑스로보틱스(19.9%) ▲원일티엔아이(110.4%) ▲동방메디컬(33.0%) 등이 공모가를 웃돈다. 동국생명과학은 공모가(9000원)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8890원이다.
금융당국은 'IPO 기업 가치 부풀리기'를 보다 엄격히 심사한다. 사진은 금융감독원./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문제도 'IPO 기업 가치 부풀리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PO 예정 기업 심사를 확대해 가치를 부풀린 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방침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독원은 지난 3월 상장 직후 주가·실적이 급감한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기술성을 인정받아 상장한 기술특례상장기업도 심사대상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대표적인 '기업 뻥튀기'로 꼽히는 사례는 2023년 파두 사태다. 파두 상장 뒤 공개된 당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7%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당국은 이후 대표 주관사에 기업 실사를 의무화했고 오는 9월에는 공동 주관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는 단타 목적으로 공모가를 높게 부르는 기관만 선별하는 주관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수요예측에서 일정 규모 이상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에 공모주 일부를 배정케 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주관사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