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 이후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던 기성용은 "몸 상태는 충분히 만들어졌다. 팀 훈련도 꽤 오래 전부터 함께하고 있었다"면서 "감독님만 불러주시면 언제든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느라 K리그 일정이 중단됐던 'A매치 브레이크' 기간에 나눈 대화다.
하지만 기성용은 리그가 재개된 후 6월13일 광주 원정, 17일 강원과의 홈 경기 그리고 21일 선두 전북과의 원정경기까지 모두 필드를 밟지 못했다. 교체 출전 명단에도 그의 이름이 아예 없었으니 사령탑이 구상에서 배제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6월24일, 기성용이 친정 FC서울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축구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뛰는 것이 간절했던 베테랑의 선택은 포항스틸러스였다.
복수의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기성용의 포항 이적은 '오피셜'을 향해가고 있다. 필요한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과의 계약이 6개월 남은 기성용은, 일단 원 소속 구단과의 계약해지 등의 절차를 진행한 후 포항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순서상은 서울과의 테이블이 먼저지만, 이적할 포항과의 조율이 이미 정리가 됐다는 뜻이다.
한 관계자는 "경기에 계속 제외되던 기성용이 김기동 감독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했고 그 자리에서 김 감독이 냉정하게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전까지도 두 사람의 관계가 위태위태했는데,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고 귀띔했다.
감독의 의중을 확인한 기성용은 다른 팀으로 보내 달라고 김 감독과 FC서울 측에 요구했고, 출전이 목마른 선수를 잡을 수 없던 구단도 수락했다. 이후 기성용 측은 새로운 팀을 물색했고 포항을 택했다.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포항은 의외의 선택이다. 기성용이 영국 선덜랜드에 있을 때 인연이 있는 포옛 감독의 전북현대를 예상하는 분위기였는데 선택은 포항이었다"면서 "기성용이 아무래도 자신이 즐겁게, 활발하게 뛸 수 있는 팀을 우선순위로 놓고 결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10대 나이에 FC서울에서 프로 데뷔한 뒤 유럽에서 뛰다 다시 서울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성용이기에 포항과는 연결고리가 없다. 다만 포항을 이끌고 있는 박태하 감독은 과거 축구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며 기성용과 인연을 맺었고 김치곤 코치는 현역 때 FC서울에서 기성용과 함께 뛰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성용 쪽에서 포항에 연락해 일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 사실 기성용이 서울에서 받던 연봉을 포항이 맞춰주진 못한다. 그만큼 기성용이 뛰고 싶은 갈망이 크다는 것"이라면서 "감독과 구단은 물론 모기업 포스코 쪽에서의 검토도 마무리 됐고 이미 'OK' 사인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계약이 6개월 남은 FC서울의 레전드가, 어쩌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날 수도 있는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돌연 이적을 결정했다. 대상이 한국 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기성용이라 꽤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의 새로운 둥지는 김기동 감독이 지도자로 명성을 쌓은 포항스틸러스다. K리그에 또 하나의 큼지막한 스토리가 작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