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HMG글로벌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한 신주는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 소송(2024가합52067)에서 27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G글로벌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지배권 분쟁의 핵심 쟁점이던 HMG글로벌 유상증자 정당성 여부에 대한 첫 사법 판단이다. 법원은 신주 발행 목적이 정당한 경영상 필요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며 피고가 신주를 배정한 HMG글로벌은 정관이 허용하는 '외국 합작 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피고가 제3자인 HMG글로벌에 신주를 발행한 것은 상법 및 정관에 위배된다"며 "해당 신주발행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2023년 9월 HMG글로벌은 고려아연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협력을 약속하며 고려아연 신주 104만5430주를 5272억원에 취득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5%와 이사회 의석 한자리를 확보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영풍은 고려아연이 신주를 발행한 행위가 ▲정관상 제3자 배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경영권 유지를 위한 우호 주주 확보 목적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경영상 목적이 있었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에 대해 "친환경 신사업을 통한 중장기적 성장이라는 경영상 필요가 존재하더라도 단지 경영권 강화 효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곧바로 부당한 발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외국의 합작 법인'에 대한 해석에서도 고려아연에 불리한 해석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관상 외국인 투자자와의 합작을 전제로 한 법인이어야 하나 HMG글로벌은 피고가 직접 참여하지 않은 외부 법인에 불과하다"며 "정관 해석을 벗어난 신주발행으로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의 신주발행 무효 판결에 대해 경영상 필요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항소할 방침이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가 친환경 신사업을 통한 중장기 성장을 위한 목적에서 진행됐고 재판부 역시 이러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신주발행 절차 전반은 정관과 상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에서 쟁점이 된 정관상 '외국의 합작 법인'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 유치와 경영 유연성 확보라는 정관의 본래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회사는 항소심에서 해당 조항의 해석과 신주배정의 정당성을 소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