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심 인사의 발언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이 부동산 정책 변수로 부상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주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 가능성이 부동산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대통령실 핵심 인사의 발언 이후 노원·도봉·강북(노도강)과 금천·관악·구로(금관구)를 중심으로 토허구역 해제 기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에 대한 신뢰와 일관성을 위해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토허제를 길게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집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보다 낮은 지역인 노도강과 금관구가 해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누적 집값 상승률(12월 첫째 주 기준)은 노원(1.70%) 도봉(0.74%) 강북(0.90%)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7.86%)을 크게 밑돈 수치다. 금천(1.10%) 관악(3.29%) 구로(2.98%) 등도 서울 평균을 하회했다. 반면 송파(19.38%) 성동(17.63%) 마포(13.28%) 등 집값 상승을 견인한 주요 지역들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토허구역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지역의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실수요자만 거래를 허가한 제도다. 정부는 지난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내년 12월31일까지 유지된다.

지난 1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공개 회동 이후 토허구역 해제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국토부는 "현재까지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토허제 해제 시점을 논의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책 일관성과 공급 로드맵 필요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 뉴시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토허구역 일부 해제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책 일관성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택가격이나 거래가 많지 않은 곳의 토허제를 일률 적용해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제기돼 왔다"며 "다만 정책 시행 기간이 두 달도 되지 않은 만큼 수요가 본격 증가하는 봄 이사철 데이터를 확인한 후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도 "정책 신뢰를 위해 가격 상승 폭과 거래량이 작은 지역의 선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해제 기준이 불명확하면 시장 혼란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규제 정책보다 세제 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장은 "지금 같은 수요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이 거래 과열을 안정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다주택자 세제 중과 폐지 등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