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저는 늘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글을 쓰기 때문에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관객들이 제 텍스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무대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기대됩니다. 공연은 관객과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되는 '살아 있는' 예술이니까요."
프랑스의 세계적인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4)가 한국의 클래식 음악 무대에 처음 오르는 설렘을 전했다.
1일 오후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가 참석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는 이야기꾼이다, 선사시대를 떠올려보면, 이야기꾼은 모닥불 옆에 부족 사람들을 모아두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였다"며 "글을 쓴다는 건 그런 구술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독자와 직접 마주할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며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은 클래식 음악의 동시대성을 탐구하고 현대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축제다. 라틴어인 '힉 엣 눙크'(Hic et Nunc)는 영어로 '히어 앤드 나우'(Here and Now, 여기 그리고 지금)라는 뜻이다. 올해 페스티벌은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이화여대, 광진어린이공연장 등에서 펼쳐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오는 8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공연 제목은 '키메라의 시대'로, 그의 신작 소설 '키메라의 땅'에서 따왔다. 베르나르는 이번 무대를 위해 직접 대본을 집필하고 내레이터로도 출연한다. 작곡가 김택수가 소설을 읽고 음악을 만들었으며,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가 함께한다.
소설 '키메라의 땅'은 가까운 미래, 제3차 세계대전 이후의 폐허 속에서 새로운 지배 종족 '키메라'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간과 동물의 특성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생명체들이 인류의 과거를 반복해 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한편 세종솔로이스츠는 1994년 창단 이래 30년간 전 세계 120개 이상의 도시에서 700회 이상의 연주회를 가진 글로벌 앙상블이다. 강효 미국 줄리아드 음대 교수가 11명의 제자와 함께 창설했다. 한국 클래식 음악 앙상블의 시초가 된 단체로 평가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