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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글로벌 증시 상장된 종목 중 최초로 종가 기준 시가총액 4조달러(약 5517조원)를 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추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엔비디아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전 거래일 대비 0.50% 올라 4거래일 상승세를 이어 나갔다. 이날 종가 기준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약 4조220억달러(약 5547조원)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장중 처음 4조달러를 넘었다. 이는 지난해 6월 시총 3조달러(약 4137조원) 돌파한 이후 13개월 만이다.
2023년 이후 엔비디아 주식은 1000% 이상 상승했다. GPU(그래픽 처리 장치) 점유율 90%를 차지하면서 탄탄한 매출을 기록 중이다. 현재는 GPU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로 추가 성장 여력을 확보했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데이터센터 부문 비중이 78%를 차지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IT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물리적 공간을 뜻하며 기업의 디지털 데이터 저장·관리 및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챗GPT 등 인공지능(AI) 활용이 늘면서 데이터센터 중요도가 높아졌고, 각국은 주요 기업의 시설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GTC(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행사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 세계 자본 지출이 지난해 4000억달러(약 551조원)에서 2028년 1조달러(약 1379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사업부에서 1150억달러(약 15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해당 부문에서만 약 3000억달러(약 413조원)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피지컬 AI·소버린 AI 프로젝트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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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인공지능)와 소버린 AI(디지털 주권형 AI) 프로젝트 관련 호재도 존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차세대 AI 트렌드로 에이전틱 AI를 꼽은 바 있다. 이어 피지컬 AI의 여러 방법으로 AI를 이른 시일 내 실제 세계에 도입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고민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모델들이 더 많은 토큰을 생성하고 추론 수요 증가로 기업의 추가 인프라 투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오직 AI만을 위한 워크로드를 수행하는 AI 팩토리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으며 AT&T(에이티엔티), BYD(비야디) 등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버린 AI와 엔터프라이즈에 기반한 AI 프로젝트 규모는 수십GW(기가와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1GW는 약 500억달러(약 68조원)의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몇 년간 약 1조5000억달러(약 2069조원)의 사업 기회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엔비디아는 소버린 AI 프로젝트에도 힘쓰고 있어 증권가에선 긍정 전망을 내놓는다. 단순 기업 수준을 넘어 국가 주도형 프로젝트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CEO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만8000개의 GB300(블랙웰 울트라) 칩을 탑재한 AI 슈퍼컴퓨터를 중동에 구축하는 초대형 AI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GTC 파리 행사에서 유럽 클라우드·통신·기술 업계 리더들과 신규 파트너십을 공개했다.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 블랙웰 칩 1만8000개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고, 유럽 전역 기업이 AI 모델을 개발·배포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독일에선 세계 최초의 '산업용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AI 팩토리로 불리는 해당 시설은 블랙웰 칩 1만개로 구동, 제조업체 전용 AI 연산 인프라를 제공한다.
문승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버린 AI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신규 투자이기에 AI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들의 단기 실적에 기여하진 않을 것"이라며 "시장이 현재 필요로 하는 AI 하드웨어 투자 사이클의 중장기 지속성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엔비디아 4조달러 돌파한 건 의미 있는 상승세를 탔다고 생각하고 이유가 확실하다"며 "기존 데이터센터 GPU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엔비디아 역할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소버린 AI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국가별로 여러 개 지어야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선 새로운 클러스터를 지어야 하는데 엔비디아가 영위하는 학습 부문 수요가 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단순히 수급 때문에 올라간 거 아니고 시장 자체가 중장기적으로 확실한 이슈로 오른 것"이라며 "확신하긴 이르지만 내년 말 시총 5조달러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