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그래픽=강지호 기자

SK텔레콤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통신업계에 '보안' 강화 기조가 화두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는 데 힘을 쓰던 통신 3사는 사이버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한 정보보호 체계 구축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부임 초부터 기본기에 충실한 통신사업자를 표방해온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의 안목이 주목받는다. 일찍부터 보안과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최근 대규모 정보보호 투자 규모를 발표하면서 보안 역량 극대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 정보보호 역량 강화에 5년 동안 70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를 두고 통신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심 해킹 사태 민관합동조사단 결과 발표 이후 정부가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까지 가능하다고 밝히자 전격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KT는 지난 15일 곧바로 SK텔레콤의 7000억원을 뛰어넘는 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전했다.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때까지만 해도 AI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온 통신사들은 이제 '보안'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LG유플러스의 '보안퍼스트(보안을 최우선)' 전략이 눈길을 끈다. 통신 3사 모두 보안을 외치지만 LG유플러스는 한발 먼저 움직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분석이다.

취임 초부터 '안심'을 키워드로 강조해온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의 선견지명이 통했다는 평가다. 홍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품질, 보안, 안전은 LG유플러스가 세계 최고라는 인정을 받고 싶다"고 밝히며 세 가지 덕목을 마땅히 갖춰야 할 '기본기'로 꼽았다.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보안 역량 강화를 LG유플러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약 828억3164만원을 정보보호 분야에 투자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30%가량 증액해 1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도 대폭 확대됐다. 2023년 157.5명이었던 정보보호 전담 인력은 2024년 292.9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담 인력 비율도 3.2%에서 6.0%로 상승했다. SK텔레콤과 KT가 2023년 대비 7.5%, 2.6%의 증가에 그친 것과 견주면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는 두드러진다.

AI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기술력 제고보다 안심할 수 있는 AI에 초점을 맞췄다. 홍 대표는 MWC 2025에서 "LG유플러스는 AI 기술 자체보다는 AI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집중하는 '사람 중심 AI'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고객이 안심하고 신뢰하는 AI에 집중하고 이를 토대로 고객에게 꼭 맞는 경험을 만들어 나간 뒤 고객의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AI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세상과 인류를 밝게 만드는 AI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홍 대표의 선견지명 덕에 LG유플러스는 해킹 사태가 휩쓴 통신시장에서 고객들의 낙점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1% 오른 3조6368억원, 같은 기간 5.6% 성장한 영업이익은 268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동통신(MNO) 순증 가입자 24만명, 알뜰폰(MVNO) 가입자 10만명 증가가 이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AI가 경쟁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안전'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홍범식 대표가 일찌감치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투자한 점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