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야구 KT 위즈는 최근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30)의 등록명을 '패트릭'으로 정했다. 보통 외인의 등록명은 성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이를 설명했다. 이 감독은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 패트릭으로 등록하라고 했다"면서 "혹시 안 좋은 쪽으로 가면 놀림 당할 것 같았다"며 웃었다.
그는 "머피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하기도 했다.
'머피의 법칙'은 심리학 용어로,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일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미국 공군 대위인 에드워드 머피에서 유래됐다.
정작 당사자인 패트릭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았다. KBO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는 패트릭은 "팀에서 패트릭으로 하자고 말했는데 그 법칙 때문에 그렇게 하자고 하더라"면서 "(등록명은) 내 의지는 아니었다"고 했다.
패트릭은 신장 196㎝에 95㎏의 체중을 갖춘 우완투수다. 2013년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3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이후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20년 9월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워싱턴 내셔널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을 거쳤다.
메이저리그에선 승리없이 3패만 기록하는 등 두각을 보이지 못했으나, 마이너리그에선 202경기(선발 95경기) 34승33패, 평균자책점 3.47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2024년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 계약해 40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하기도 했다.

패트릭은 "아시아 야구를 경험해봤는데 미국보다는 '스몰볼' 느낌이 강했다"면서 "투수로서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플레이를 하는 지 알고 있어야 알맞은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도 그런 부분에 많이 신경쓰려 한다"고 했다.
패트릭의 공을 본 이강철 감독은 "빠르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패트릭 스스로도 강속구와 각 큰 커브를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4가지를 던지는데, 빠른 공과 커브가 특히 자신있다"면서 "직구는 올 시즌엔 시속 97~98마일(약 156㎞~157.7㎞)까지 던졌다. 선발로 뛴다면 시속 94~96마일(약 151㎞~154.5㎞)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속구를 구사하지만 제구 역시 자신감을 보였다. 패트릭은 "4가지 구종 모두 충분히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면서 "ABS존에 적응해야겠지만, 한국은 마이너리그보다 '투수 친화'적인 존이라고 들었다. 자신있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 역시 "백도어 슬라이더 같은 공은 ABS존에 잘 걸칠 것처럼 보였다. 높은 코스의 직구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괜히 바꾸려고 하지 말고 하던대로 하라고 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패트릭은 일단 불펜투수로 KBO리그를 시작한다. 선발투수 경험도 있지만 최근엔 짧은 이닝만 소화했기에, 천천히 투구수를 늘려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겠다는 게 사령탑의 구상이다.

패트릭도 선발투수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선발투수로 뛰었고, 이후로도 불펜과 선발을 오갔다"면서 "작년 일본에서도 후반기에 선발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패트릭은 '장수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의 자리를 대신한다. 쿠에바스는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공신'으로, 올해까지 7시즌을 함께 했다. 단순한 외인 이상의 존재였다.
패트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내 계약 소식이 들렸을 때 쿠에바스가 먼저 연락와 여러 조언을 해줬다"면서 "정말 좋은 선수이기에 여기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신이 쿠에바스가 해온 역할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등번호도 쿠에바스의 '32번'을 물려받았다.
패트릭은 "이젠 내가 잘 해야 한다. KT가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올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면서 "KT와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