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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이정은이 '좀비딸'을 계기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점과 자신에 대한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 주연 이정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로,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이정은은 은봉리 서열 1위 할머니 밤순 역을 맡았다. 밤순은 흥과 정이 넘치고 음주·가무는 물론 K-팝까지 빠삭한 '핵인싸' 할머니다. 어느날 갑자기 아들 정환(조정석 분)이 좀비가 된 손녀 수아(최유리 분)를 데리고 찾아오고, 예의도 질서도 밥 말아 먹은 좀비 손녀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 기강을 잡는 활약을 펼친다.

이날 자리에서 이정은은 유기견을 떠나보낸 사연을 전했다. 그는 "키우던 유기견이 열아홉살 됐는데 올해 4월에 떠났다"며 "그 아이를 키우는 동안 별의별 일이 많았다, 이 아이는 컨트롤이 안 됐다, 영화에서 좀비의 나이가 10대인 것도 재밌는 지점인 게 말 안 듣는 좀비와 같은 10대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을 둔 부모들은 아들딸이 좀비 같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은은 "그 유기견은 정말 떼어낼 수 없는 혹 같았다"며 "책임은 있는데 너무 다루기가 어려웠다, 훈련사에게도 데려가 보고 정말 별의별 짓을 다 했는데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더라, 씹는 욕구가 너무 세서 제 안경도 13개를 망가뜨렸다"고 회상했다.

이정은은 "그 아이를 19년이나 키우면서 이게 그냥 맴매나 훈육이나 이런 게 아니라 진짜 사랑으로 보듬어줘야만 바뀔 수 있구나 깨달았다"며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그 생각을 또 한 번 더 했다, 훈육을 했던 순간보다 기다려준 것 때문에 얘가 내게 다가오고 변한 것이 실제로 겪었던 일이니까 이야기가 굉장히 타당하고 논리적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마냥 꿈같은 얘기가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정은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후 '타인은 지옥이다'(2019) '동백꽃 필 무렵'(2019) '로스쿨'(2021) '소년심판'(2022) '우리들의 블루스'(202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운수 오진 날'(2023) '낮과 밤이 다른 그녀'(2024) '조명가게'(2024) '천국보다 아름다운'(2025)까지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이에 이정은은 "사실 마음이 좀 무겁다"며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모르지 않나, 열심히 찍을 때는 사실 그 생각을 못 하다가 이제 세상에 공개되거나 제가 중요한 역으로 나왔을 때 책임감들이 사실은 숨 막힐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올 초에도 좀 그런 느낌이 있어서 작품을 조금 쉬고 대본들을 좀 더 심사숙고해서 보고 있는데 완벽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원래처럼 돌아갈 수는 없지만 요즘은 조금 가벼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이정은은 "너무 중압감을 느끼고 콘텐츠를 다 이끌고 가는 사람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는가 싶었다"며 "이젠 내가 좋아하는 걸 조금 더 집중해서 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조금 더 마음의 소리를 많이 들어봐야겠다 싶었다,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선 좋은 것 같진 않아서 쉽지는 않겠지만 중압감을 버려야겠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정은은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매해 너무 감사하고 진짜 감사가 넘쳐흐른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걸 보답하려고 너무 많은 책임감을 갖는 것보다는 좀 더 즐겁게 하는 작업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제가 보답하는 길 같다"고 밝혔다.

한편 '좀비딸'은 오는 3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