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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혜영이는 모든 게 새로웠어요."

최근 6부작 전편이 공개된 웨이브 시리즈 'S라인'은 배우들의 신선한 얼굴들로 채워진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S라인'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 연결된 붉은 선, 일명 S라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감춰졌던 진실과 금지된 욕망이 드러나는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다.


남규희는 'S라인'에서 단연 파격적인 변신이 인상적이었던 배우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극 중 방주고등학교 내에서 각종 논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진 무리의 리더 김혜영 역을 맡았다. 혜영은 거친 말투, 반항적인 태도, 불안정한 내면을 가진 인물로, 선아(이은샘 분)에게 학교 폭력을 가하며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혜영은 선아가 'S라인'을 볼 수 있는 안경을 손에 넣게 되면서 국어 선생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들켜 긴장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에 굴하기는커녕 선아가 어떻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됐는지 호기심을 가졌고, 선아의 안경을 훔쳐 달아나다 누군가의 의해 납치를 당하면서 행방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이후 극 말미 의뭉스러운 선생 이규진(이다희 분)의 정체가 베일을 벗으면서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돼 충격을 더했다.

남규희는 'S라인'과 혜영 캐릭터에 대해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혀줬다"며 "위태롭고 날 것의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계기가 됐고 또 '남규희'라는 배우에게 반전을 주는 필모가 됐다"고 애정을 보였다. 드라마에 모두 드러나지 않았지만 인물 이면의 캐릭터 구축부터 실제 학교폭력 사례를 참고해 선보인 치열한 몸싸움신까지 배우의 숨은 노력이 연기에서 모두 드러났다.


'S라인'은 올해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장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국내 최초 음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남규희 또한 당시 시상식 참석에 대해 "굉장히 귀한 경험이었고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을 만큼, 배우에게 앞으로의 추진력이 되는 뜻깊은 성과로 남았다. 첫 미팅에서 단번에 캐스팅됐던 비화부터 '첫사랑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진솔한 포부까지,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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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라인'을 선보인 소감은.

▶'S라인'은 여태까지 맡아왔던 캐릭터 중 가장 보여드리지 못했던 부분이 많은 배역이라 새로운 모습을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신선한 소재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스토리가 담긴 작품이라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작품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처음에 혜영이 역할로 대본을 먼저 전달받았다. 대본을 읽었는데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다. 여태 보여드리지 못했던 부분이 많이 담겨 있다 보니 하고 싶다고 바로 말씀을 드렸고 미팅을 통해 감독님을 뵀다. 신기하게도 여태까지 봤던 오디션 중 유일하게 현장에서 바로 캐스팅된 작품이었다. 감독님과도 딱 한 번 뵀었고 오래 이야기하지도 않았지만 바로 잘 부탁한다고 하셔서 기분 좋게 합류하게 됐다.

-혜영 역에 매칭이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했나.

▶혜영이는 극 중에서 못된 짓을 많이 하는 캐릭터다. 그걸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그 힘이 내 신체적인 조건에서 나온 것 같다. 실제로 극 중 친구 셋이 동갑인데, 내가 그중에서 제일 키가 크다. 같이 서 있었을 때 조금 압도적인 느낌이 들어서 캐스팅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혜영이란 배역이 새로운 모습이라 끌렸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나.

▶단편적으로 봤을 때 화려한 이미지를 많이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혜영이는 위태롭고 날것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결핍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캐릭터였다는 점에 끌렸다. 결핍이 크게 드러나는 인물을 연기해 본 적이 없어서 더 욕심이 났다.

-혜영이가 선아를 괴롭힐 때 그 이면의 결핍이나 의도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혜영이는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란 친구라고 설정했다. 외모적으로만 보면 예쁘장한 일진처럼 표현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선생님과 원조교제를 하는 설정이 성립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님에 대한 결핍, 사랑에 대한 결핍이 그 모든 행동이 틀어지는 데 작용했다고 봤다. 또래 집단 안에서는 대장이 되고 싶었던 것 같고, 친구들이 보통 내 말을 따라줬는데 선아만큼은 반격하는 인물이어서 혜영이의 폭력성이 표출된 동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평소에도 캐릭터에 대한 서사를 많이 구축하고 연기하는 편인가.

▶그렇다. 어릴 때부터 하루하루 일기를 쓰는 게 습관이었는데, 캐릭터도 사건이 생기기 전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일기를 써봤다. 공감이 잘 안 되는 부분은 비슷한 배역을 했던 선배님들의 작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연기할 때 납득이 될 때까지 설명을 많이 떠올리는 편이다.

-이번 캐릭터를 준비하며 레퍼런스를 삼은 것이 있다면.

▶실제로 학교폭력을 한 가해자들의 영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선아를 괴롭힐 때 대걸레를 들고 등장하거나, 머리를 잡고 벽에 던지는 액션도 실제로 그 영상에서 따온 행동들이다. 감독님께서 실제 사례를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몇 가지를 보여주셨고, 그중에서 선택해서 액션을 취했다.

-옥상이나 교실에서 선아와 몸싸움이 치열했는데 합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의외로 합을 맞추지 않았다. 액션 스쿨도 혼자 다녔고, 때리는 각도나 발차기 높이 같은 계산적인 액션만 선생님과 맞췄다. 실제 촬영 때는 선아와도 대화를 많이 안 나눴다. 너무 친해지면 연기에 지장이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너는 피하는 데 집중하고 나는 때리는 데 집중하자'고 정하고 진행했다. 옥상신만 현장에서 조금 합을 맞췄고, 교실신은 흘러가는 대로 연기했다.

-폭력 수위가 꽤 높았는데 부담은 없었는지.

▶부담감이 컸다. 액션 스쿨에서 연습하다가 실제로 상대 언니(스턴트우먼)를 타격한 적도 있어서 무서워서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동작이 쉽게 안 나오다 보니 테이크를 많이 갔다. 특히 옥상신에서는 더 그랬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계속 코치해 주셨고, 상대 배우가 "편하게 때려도 된다"고 안심시켜 줘서 찍을 수 있었다. 가해자 역할이었지만, 오히려 맞는 역할이었다면 마음이 더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흡과의 난간 신이 강렬했다. 당시 촬영은 어땠나.

▶실제로 둘 다 와이어를 타고 옥상에서 몸을 걸쳐 촬영했다. 무섭지는 않았고 오히려 재미있었다.(웃음) 고소공포증이 없는 편인 데다 와이어를 타본 게 처음이라 더 흥미로웠다. 그날을 계기로 과한 액션이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스쿨을 거쳐본 소감은.

▶연습 기간이 길지 않았고 액션스쿨도 한 번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이후엔 혼자 운동하는 곳에서 복싱 선생님과 동작을 연습하고, 발차기도 계속 연습했다. 촬영 전까지 주 5회 정도 나가면서 준비했다. 초등학교 시절 6년간 육상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라 앞으로 본격적으로 액션을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혜영이가 극 중에서 여러 악행을 저지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선생님과 모텔에 있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상대가 가정이 있는 인물로 설정돼 있어서 더 불편한 마음으로 촬영했던 것 같다.

-선생과의 관계에 대한 설정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부담이 있었다. 실제로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고, 평소 쓰지 않는 워딩이나 말투였기 때문에 내가 이걸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역할의 악함보다 그런 점이 더 신경 쓰였다.

-혜영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는데. 이 배역을 연기하며 본인의 내면에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혜영이와는 180도 다른 성격이다. 평소에는 여리고 신중한 면이 있다. 정이 많고, 한 번 친해지면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혜영이는 모든 게 새로웠다. 캐릭터가 공개된 이후 주변 반응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이런 악함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역할을 더 딥하게 표현해 보고 싶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모니터를 하며 내 눈에 저렇게 텅 빈 듯한 표정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극 중 'S라인'을 볼 수 있는 안경이 상징적인 장치인데, 실제로 그 안경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이 소재를 처음 접했을 땐 어땠나.

▶사실 못 본 척하고 싶을 것 같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도 모르게 버릴 것 같다. 그냥 잠깐 꿈꾼 거라고 생각할 것 같다.(웃음) 대본을 처음 받은 이후 원작을 확인했는데 소재가 너무 판타지적이고, 성적인 주제를 다루는 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과연 이 작품에 대중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도 있었지만 살인 사건, 학교 폭력 등 다양한 소재가 섞여 있어서 오히려 판타지 요소가 흥미를 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경계의 방'과 선생 이규진(이다희 분)의 정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결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지금도 완벽하게 해석하진 못했지만, 'S라인'을 사이비 같은 느낌의 종교 단체처럼 봤다. 혜영이는 세례를 받은 사람 중 하나로, 이들 무리에 섞인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교주 역할은 이다희 선배님께서 해주셨는데 'S라인'이 하나도 없는 인물이 마치 청렴결백한 사람처럼 표현됐다. 후속 이야기가 더 나올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결말이었다고 본다.

-촬영 당시 이다희 배우의 강렬한 변신을 보면서 동화되기도 했나.

▶세트장이 굉장히 컸고, 무리의 한 명으로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선배님의 디테일한 연기는 가까이서 보진 못했다. 하지만 선배님도 키가 크시고, 기본 세팅이 화려해서 압도적인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저런 교주가 눈앞에서 세례를 내린다면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날 것의 캐릭터를 연기해 본 소감은.

▶어려울 것 같았던 친구를 연기하며 뿌듯함을 느꼈다. 나에게 없는 모습들을 끌어내면서, 메이크업도 덜어내고 분장을 추가하면서 만들어간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처음으로 욕도 많이 썼는데 평소에 욕을 쓸 일이 없다 보니 발음이 입에 안 붙어서 연습 삼아 갑자기 지나가다가도 욕설을 내뱉어보며 여러 호흡을 익혀보려 했다. 그런 노력조차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N인터뷰】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