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의 '정' 문화를 생각하면서 선수들과 소통한다."

베트남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는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정'을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서 1-0으로 이겨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5일 진행된 화상 기자회견에서 김상식 감독은 "3연패를 이뤄 기쁘다. 우승은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면서 "팀이 더 발전하도록 더욱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식 감독은 올해 1월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컵(현 현대컵)에서 우승을 일군 이후 6개월 만에 U23 대회마저 접수, 한 해 두 대회를 모두 정상에 올랐다. 이는 베트남에서 축구 영웅으로 추앙받는 전임 박항서 감독도 이루지 못한 또하나의 역사다.


앞서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맡아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울 수 있었는데, 김상식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면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이룬 성과는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하다. 박 감독님은 베트남 축구사의 영웅이다. 박항서 감독님을 따라갈 생각은 없다. 그저 박항서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베트남 축구를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항서 감독님처럼 평소 선수들에게 다가가 장난도 치고 농담하려고 한다. 또한 한국에서 인삼, 화장품 등을 공수해 선물하는 등 선수들과 교감하고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면서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한국인 지도자들은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한국의 '정' 문화를 생각하고 선수들과 소통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트남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김상식 감독이 앞서 선수, 코치, 감독 시절을 보냈던 전북 현대도 올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23년 5월 전북 현대에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팀을 떠났다. 2021년 전북에 부임, 데뷔 시즌 K리그 우승, 이듬해 FA컵(현 코리아컵) 정상에 올랐지만 3년 차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과 경기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전북은 2023년과 지난해 모두 무관에 그쳤지만 올해 거스 포옛 신임 감독 아래서 순항, 선두를 질주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전북의 우승을 단언하기도 한다.

김상식 감독은 "전북의 우승 가능성이 높다. 포옛 감독의 코칭과 전술을 선수들이 잘 이행해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포옛 감독을 존중한다. 전북과 한국 축구 모두 포옛 감독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올 시즌 울산 HD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듯이 우승팀은 후유증이 있다. 지난해 중반 전북 지휘봉을 잡은 김두현 감독에게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내가 전북 감독 시절 영입한 박진섭과 김진규, 김두현 감독이 데려온 전진우와 이승우 등이 전북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고 정상궤도로 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식 감독과 베트남은 이제 12월 열릴 제33회 동남아시안게임(SEA 게임)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진출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김상식 감독은 "동남아시아 팀들이 월드컵 진출을 목표로 두고 적극적으로 귀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도 이런 부분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선수들과 잘 준비, 원하는 목표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