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유유동인지 시집 '분침도 시침도 떼고'가 출간됐다.
유유 동인들이 묶은 이번 동인지의 시들에서는 말의 농밀한 향기와 신비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은유의 꽃과 살아 숨 쉬는 생동감 있는 언어의 호흡이 느껴진다. 모두가 서정시가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경지에서 가능한 것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시를 읽으면 마치 언어의 숲속에 들어가 치유를 받는 느낌이다. 많은 말들 중에 오직 시만이 이런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시가 기도문이거나 주문일 때, 또 노래로 불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이 힘은 모든 것이 사소한 일상으로 해체되고 무의미와 상투성과 자동화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지금의 현대사회에서도 아직 우리의 정신을 지켜주는 정서적 케렌시아가 되어 남아 있다.
이런 서정시를 쓰고 지키는 시인들이 존재하고 있어 아름다운 우리말이 아직은 풍성하게 남아 우리의 사유와 정서의 깊이를 가능하게 하고, 현대문명에 의해 자행되는 생명파괴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과 새로운 생명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유유동인’은 등단 후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중견 여성 시인들의 모임으로, 시대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서정시의 맥을 굳건히 잇고 있다. 이번 동인지 '분침도 시침도 떼고'의 시편들은 현대 서정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며, 각 시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정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유 동인'은 2016년 4월 12일에 결성됐다. 첫 회장은 이혜선 시인, 2대 회장은 이섬, 3대 회장은 정복선, 그리고 4대 회장은 박분필 시인이 맡고 있다. 그간 2권의 동인지, '깊고 그윽하게'(2020년, 시와 표현)와 '날마다 피어나는 나팔꽃 아침'(2022년 5월, 도서출판 지혜)을 상재했고, 이번에 3년 만에 제3집을 묶으면서, 이섬 시인을 추모하는 슬픔이 크다. 우정연 시인(23년 봄)과 유동애 시인(23년 겨울)을 맞이한 설렘도 있다. 김현지, 박분필, 우정연, 유동애, 이보숙, 이혜선, 정복선, 주경림, 이 여덟 시인들은 유유하게, 유장하게, 소통하고 교유하며 시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