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임찬규(33·LG 트윈스)가 류현진(38·한화 이글스)과 첫 선발 맞대결에서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 첫판에서 귀중한 승리를 안긴 호투였기에 더욱 값진 활약이었다.
임찬규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8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LG는 임찬규의 호투에 힘입어 한화와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갔고,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터진 천성호의 끝내기 안타로 2-1 승리를 따냈다.
64승2무41패가 된 LG는 2위 한화(60승3무41패)를 2경기 차로 따돌리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만약 이 경기에서 패했다면 선두 자리를 내줄 수 있었는데, 임찬규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과 선발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가 선발 투수로서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고 극찬했다.
임찬규도 팀 승리에 보탬이 된 자기 투구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꼈다. 그때 얻은 경험이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팀 승리만을 생각하며 공을 던졌고, 결과적으로 이겨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임찬규는 4회초 무사 1, 2루 위기에서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5회초 무사 2루에선 손아섭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한 점도 안 주겠다고 욕심을 내지 않는다. 실점과 아웃카운트를 맞바꾸고 싶었다. (손아섭 선배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를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월 27일 한화전 이후 73일 만에 7이닝을 소화한 임찬규는 "이정용과 김진성 선배가 연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7회까지) 1이닝을 더 던지겠다고 했다. 마지막 1이닝을 잘 막은 게 역전승의 발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2011년 프로 데뷔한 임찬규가 역대 KBO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인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프로 무대에 오면서 류현진 선배와 꼭 대결하고 싶었다. 비록 내가 한 점을 허용했지만, 둘 다 좋은 투구를 펼쳐서 만족스럽다. 류현진 선배와 잘 맞붙어서 영광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칭찬은 임찬규를 춤추게 한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임찬규에 대해 "우리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라고 호평했다.
임찬규는 "감독님의 믿음이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된다. 감독님께서 부임 후 저를 계속 믿어주셨기 때문에 좋은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개인 시즌 10승 기회를 놓쳤지만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임찬규는 "내가 승리 투수가 되기 위해 투구하지 않는다. 오직 팀 승리와 내 공을 던지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간다"며 "매 경기 만족할 수 없지만, 좋은 공이 몇 개 있었다. 그 감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LG는 후반기 들어 16승 3패(승률 0.842)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임찬규는 "야구는 겸손해야 한다. 상승세와 하락세에는 이유가 없다"고 운을 뗀 뒤 "다들 1승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다 승리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한 경기, 또 한 경기 집중하며 이겨왔다. 그래서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