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이 민중과 일제로부터 겪었던 굴욕과 수모를 사료, 신문기사, 증언 등을 토대로 재조명하는 역사서가 출간됐다. 저자는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종성이다. 그는 친일파의 친일 행적 위주로 서술됐던 기존 역사책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친일파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 응징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은 친일파 23명의 친일 연대기와 더불어 그들이 민중에게 당했던 수모를 다각도에서 다룬다. 친일파들이 크고 작은 공격에 불안에 떨고, 사병들과 일본군의 호위 속에서만 다닐 수 있었으며, 심지어 형제에게 의절당하거나 집에서 부리던 몸종에게 욕을 먹는 등 굴욕적인 삶을 살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친일파들의 최후는 비참했다. 친일 내각 총리였던 김홍집은 길거리에서 성난 민중에게 맞아 죽었다. 농상공부대신 정병하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매국의 아이콘' 이완용은 22세 청년 독립투사 이재명의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으며, 분노한 민중은 그의 집에 불을 질렀다. 이근택은 독립투사 기산도 일행에게 칼에 찔려 중상을 입고 겨우 살아났다. 을사늑약 이후 결성된 '을사오적 암살단'에게 습격당한 권중현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민가에 숨었으며, 친동생에게 의절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또한 3.1 만세 시위를 비웃는 망언을 했던 황해도 은율군수 최병혁은 망언 1년 반 뒤 대한독립단 단원들의 총에 맞아 즉사했다. 단원들은 그에게 "임시정부의 명령으로 너를 죽인다"고 선고하며, 친일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책은 1894년, 1919년, 1945년, 1949년을 기준으로 친일파와 우리 민족 사이에 벌어진 항쟁을 정리한다. 저자는 "을사년, 정미년, 경술년처럼 친일파들이 승리한 연도보다 한민족이 그들에게 타격을 가했던 연도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하고, 작지만 위대한 민중의 반격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무라고 역설한다. 또한 100년 전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 친일파의 굴욕/ 김종성 글/ 북피움/ 2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