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히트곡 '봄비'를 남긴 한국 최초의 소울 가수 박인수(본명 백병종)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18일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에 따르면 박인수(본명 백병종)는 오랜 기간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오다 이날 오전 9시 55분경 폐렴으로 별세했다.
1947년 평북 길주에서 태어난 박인수는 1952년 어머니와 단둘이 피난을 떠났다 열차 안에서 어머니 손을 놓쳐 전쟁고아가 됐다. 그 후 12세에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집을 나왔고 뉴욕 할렘가를 전전하다가 1965년 홀로 귀국했다.
영어가 유창했던 그는 귀국 후 미군 부대 주변을 떠돌다 음악인들을 만났다. 1960년대 말, 신중현이 이끌던 퀘션스의 객원보컬로 참여하며 '나팔바지', '봄비', '기다리겠소' 등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어 1980년에는 6.25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노래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를 발표했고, 이 곡이 화제가 되면서 1983년 어머니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뭐라고 한마디 해야 할 텐데', '해 뜨는 집', '준비된 만남' 등의 곡도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후 대마초 파동, 이혼 등을 거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고 1994년 방송 출연을 준비하다가 쓰러지면서 선교원과 요양원을 돌아다녔다. 이후 2002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뒤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그 뒤 가스펠을 주제로 한 기독교 음악 영화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오고 뉴욕 공연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영화 '블랙 가스펠' 출연을 계기로 KBS TV '인간극장'을 통해 그간의 삶이 재조명됐고, 이즈음 그는 아내와 재회해 이혼 37년 만인 2012년 재결합했다.
이 무렵 박인수의 음악 활동도 재개됐다. 그는 동료 선후배의 도움을 받아 2012년 6월 컴백 무대에 올랐고, 이에 맞춰 박인수 팬클럽도 만들어졌다. 이어 박인수는 '박성서의 토크콘서트-박인수와 친구들과 함께'를 통해 전국에 있는 팬들을 만났다. 이듬해 6월 팬카페 결성 1주년을 맞아 연 공연과 같은 해 발표한 곡 '준비된 만남'을 마지막으로 그는 가수 활동을 자연스레 마무리하게 됐다.
그 후 치료를 받으며 알츠하이머로 투병을 이어가던 그는 10여년 만에 안타까운 별세 소식을 전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영등포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