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6단체와 국민의힘 김형동, 조지연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막판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통과시 기업들이 상시 파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시행 연기와 재고를 호소하는 반면 노동계는 근로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19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1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개정안,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을 순차적으로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을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대응할 계획이다.


필리버스터는 각 법안마다 각각 24시간씩 적용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가장 먼저 상정되지 않으면 법안 처리가 늦어진다. 민주당은 앞서 방송법 개정안 우선 처리 방침을 언급한 바 있어 노란봉투법은 23일 혹은 24일 쯤 표결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22일)을 이유로 본회의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26일 예정된 본회의로 안건 처리가 밀리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있지만, 민주당이 "24일까지만 조정이 가능하고 24일 이후로 넘기는 것은 안된다"고 못박으면서 이번주 안으로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처리 시점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확인이 어렵고 21일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경영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노란봉투법이 근로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해 원하청 직접교섭을 가능하게 하고(2조 개정안) 노동자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귀책사유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3조 개정안)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 사업주와 직접적으로 교섭을 요청할 수 있고 '사업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도 파업을 시행할 수 있다.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경영계는 한국의 노사관계가 대립적·투쟁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법안이 통과할 경우 기업이 1년 내내 상시 파업에 노출될 우려가 크고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될 경우 해외 투자 등의 핵심 경영활동까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행을 1년 유예하고 그동안 노사 협의를 통해 내용을 수정하자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지난 18일 국회를 찾아 "최소 1년 이상을 유예해 시간을 갖고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긴급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19일에도 경제6단체와 15개 지방 경총 관계자 국회에 모여 "국회가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면서도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계의 최소한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경영계는 대안책도 제시했다.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근로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경영상 결정'만은 반드시 제외해달라는 입장이다.

국민 설문조사를 통한 적극적인 반대 여론도 조성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날 자체 소통플랫폼 '소플'을 통해 국민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4%가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현장의 노사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주장이 '공포마케팅'일 뿐이라며 노란봉투법의 즉각적인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경영계의 국회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내고 '노조법 개정안으로 인해 산업현장에 위기감이 커지고,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공포마케팅이자 국회 입법을 막기 위한 발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경제계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산업 생태계 붕괴, 기업 경영권 침해, 불법파업 면허 부여와 같은 자극적 구호를 내세우며 위기론을 퍼뜨리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한국 사회가 더 성숙한 노사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계가 우려하는 '1년 내내 상시 파업'도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하청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원청을 대상으로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사용자의 불법 행위 등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 다툼과 갈등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정없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