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그리고 주형철 전 국정기획위원이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 박 전 사장과 홍 전 대표 같은 내부 출신 인사가 약진했지만 현 정부 캠프 출신 주 전 위원이 합류해 낙하산 인사가 중용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사후보위)는 최근 최종 후보 3인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중 KT 내부 출신은 박 전 부문장과 홍 전 대표 두 명인데 외부 인사로 분류되는 주 전 위원의 존재감이 유독 부각되고 있다.
KT CEO 선임에서 반복돼 온 '정치권 연계' 논란이 이번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주 전 위원은 이재명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했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K먹사니즘본부장을 지내며 이 대통령의 '먹사니즘' 정책을 세웠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활동한 데다 김동연 경기지사 체제에서 경기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1989년 SK그룹 공채로 발을 들인 뒤 그룹 경영기획실과 구조조정본부, SK텔레콤 U-비즈 추진본부장, SK C&C 기획본부장, SK홀딩스 정보통신담당 등을 역임했다.
SK텔레콤에 몸담은 그는 나름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여권 친화적인 정치 행보는 낙하산 인사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함께 후보에 오른 박 전 사장은 정통 KT맨이다. 1992년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KT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에 합류했다. 미래사업개발단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2020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통합한 기업부문장을 맡았고 KT CEO 공개모집에 지원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세 번째로 KT 수장에 도전하는 홍 전 대표는 KT 전신인 KTF에서 잔뼈가 굵었다. KTF에서 기술기획총괄팀장, 신사업총괄담당 등을 맡았고 삼성전자를 거쳐 삼성SDS, SK쉴더스 대표 등을 거쳤다.
KT는 현재 안정적인 조직을 구성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시기다. 해킹 사고를 비롯한 보안 리스크, AI·클라우드 경쟁에서의 후발 주자 논란, 성장동력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며 경영 기반이 흔들린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CEO 선임은 KT 체질 개선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다.
내부에서 오랫동안 성장해온 인재들이 경영권 승계 경쟁에서 번번이 배제돼 온 것도 조직 내 불만을 누적시키고 있다.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내부가 아닌 외부 출신 CEO들을 임명해 왔다. 통신 기술 이해도와 조직 경험이 부족한 외부 인사에게 의존해 온 구조가 '경영 실패의 악순환'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외부 출신 CEO들 재임 중 대규모 구조조정, 실적 부진, 내부 갈등이 반복되면서 KT는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투명하지 못한 대표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잡음이 무성하다. KT새노조는 "최종 3인 명단은 그동안 후보자 중에서도 논란이 제기됐던 점들을 해소하지 못 한 인물군으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인적 역량이나 전문성보다 전·현직 임원 네트워크 정치권·특정 사외이사와의 관계·대주주인 현대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