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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 살림을 차리고 혼외자에게 재산을 상속한 남편이 돌연 본처와 친자식에게 신장 이식을 요구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 방송된 tvN '어쩌다 어른 10주년 특집'에서는 21년 차 베테랑 이혼 전문 판사인 정현숙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 부장판사가 출연했다. 정 판사는 최근 이혼 전문 판사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화두인 '중혼적 사실혼과 중혼죄'에 대해 언급했다. 중혼적 사실혼은 혼인 신고된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는 경우를 말한다. 즉 '두 집 살림'을 뜻한다.
정 판사는 실제 사례를 전했다. 정 판사는 2남 1녀를 둔 한 부부의 사연을 공개했다. 이 부부는 남편의 음주와 늦은 귀가, 잦은 외박 등으로 갈등을 겪었다. 남편은 결혼 20년 차에 한 여성과 외도를 시작했고 혼외자까지 낳았다. 명예퇴직한 남편은 집을 나가 상간녀와 동거를 시작했다.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것이다.
다만 남편은 아내와 별거 중이었지만 생활비와 양육비는 부담했다. 그러던 중 남편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됐다. 이에 남편은 본처와 친자식에게 연락해 "신장 이식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절하자 남편은 생활비와 양육비 지급을 중단했다.
그는 "현재 동거 중인 여성과 사이에 중학생 자녀가 있고 병든 날 돌봐주는 건 이 여성"이라며 "더는 아내와 법률상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아내는 "남편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 믿고 자식들이 미혼이라서 이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소송은 남편이 유책배우자였기 때문에 기각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남편은 사실혼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했고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아내와 친자식이 거주하는 집을 처분했다. 결국 아내와 친자식은 생활고를 겪게 됐다.
정 판사는 "중혼적 사실혼의 경우 기존 배우자가 가진 선택지는 단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혼을 끝까지 거부하고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두 번째는 이혼 후 위자료와 재산 분할 청구 소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혼에 동의하든 안 하든 중혼적 사실혼에 있는 남편들이 생활비와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면 법률혼 아내는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때 아내들이 할 수 있는 건 부양료 청구 소송과 사실혼 관계 여성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는 "가정법원 판사들은 '중혼죄' 형사법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중혼자에게 형사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중혼죄를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중혼죄 처벌 규정이 있다면 법적 가족의 보호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중혼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