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여우사냥 (파람북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며 을미사변이 일어난 지 130년이 되는 해다. 이에 때맞춰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언론인 출신 권영석 작가다.

이 작품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5년 10월 2일부터 8일까지의 일주일간에 일어난 일들을 숨 막히는 현장감으로 재구성한다. 을미사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들의 치열한 암투를 그려냈다.


주인공은 중전 민 씨의 경호대장인 가상의 인물 이명재다. 그는 민 씨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일본의 침략 야욕에 맞서 고군분투한다. 그의 라이벌은 실존 인물인 한성신보 사장 아다치 겐조다. 그는 제국주의 침략의 '특수부대' 역할을 한 언론의 수장이며, 민비 암살 작전의 핵심 인물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아다치는 을미사변 이후 일본 정계의 거물로 승승장구했다. 이처럼 소설은 이명재와 아다치의 지략 대결을 통해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소설은 명성황후 민 씨를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소녀적인 감수성과 물질적 탐욕, 날카로운 지성과 무모한 권력욕을 동시에 지닌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낸다. 그동안 일방적인 비난이나 찬양의 대상이 돼 왔던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면모를 탐구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인 작가 특유의 치밀한 자료 조사와 복합적인 인물 묘사, 그리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고종, 흥선대원군, 유길준 등 실존 인물들도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등장해 역사적 현장감을 더한다.

이 소설의 가치는 단순한 역사적 재현을 넘어선다. 19세기 후반의 열강 구도와 오늘날의 국제 정세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제국주의 침략의 실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이토 히로부미와 아다치 겐조의 대화는 당시 언론이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역사적 진실과 소설적 재미, 그리고 시의성까지 두루 갖춘 이 작품은 오늘날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 작전명 여우사냥/ 권영석 글/ 파람북/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