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9월 미국에서 열리는 두 차례 원정 평가전을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 합류를 위한 내부 경쟁이 본격화 된다. 한국은 아시아 예선을 통과해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했으나 '본선 멤버'가 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모든 포지션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데,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나란히 밟은 삼총사가 처음으로 함께 모인 골키퍼 포지션도 흥미진진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 2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미국 원정 2연전에 나설 26명을 발표했다. 독일계 혼혈 카스트로프의 발탁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최후의 보루 골키퍼 포지션에 꽤 큰 변화가 발생했다.
홍 감독은 조현우(34·울산DH)와 김승규(35·FC도쿄) 그리고 송범근(28·전북현대)으로 골키퍼 3자리를 채웠다. 현재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문장들인데, 홍명보호 출항 후 이들이 모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동안 대표팀 골문 자리는 조현우와 김승규 양강 체제였다.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출전 경기 등을 따질 때 사실상 김승규가 대표팀 1번 골키퍼에 가까웠다.
그런데 김승규가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힘겹게 재활을 거쳐 필드에 복귀했는데 8월 다시 같은 부상으로 또 쓰러졌다. 비슷한 시기, J리그로 진출했던 송범근 역시 전북 시절의 선방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조현우를 고정 멤버로 두고 김동헌(김천 상무),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 김경민(광주FC) 등으로 수문장 라인업을 구성했다. 사실상 조현우가 붙박이였고 다른 멤버들은 만약을 대비한 백업 골키퍼였다.
이런 형태로 월드컵 3차예선과 동아시안컵까지 치렀는데,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로 돌입하는 9월 평가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세 선수가 동시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으니 시선이 향한다. 특히 라이벌 김승규의 부상 회복은, 지금껏 홍명보호 No.1으로 활약한 조현우 입장에서도 신경 쓰일 대목이다.
J리그 FC도쿄로 이적하며 경기 출전수를 늘려가고 있는 김승규는, 실전 감각만 꾸준하게 쌓는다면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다. 2013년 처음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세 차례 월드컵(2014 브라질·2018 러시아·2022 카타르) 무대를 경험한 베테랑으로 A매치 출전만 81회다. 조현우(44경기)보다도 크게 앞선다.
향후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조현우와 김승규가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경쟁을 이어나갈 공산이 크다. 공히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다면 한 살 차이 오랜 라이벌의 '월드컵 본선 출전' 승부도 판가름 날 수 있다.

조현우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애초 김승규가 앞선 형국이었으나 신태용 감독의 신뢰로 본선에서 장갑을 꼈고,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는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신들린 방어로 2-0 승리의 주역이 됐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김승규가 골문의 주인이었다. 빌드업을 중시한 벤투 감독은 발밑이 좋고 반사 신경이 뛰어난 김승규에 큰 믿음을 보냈고, 김승규는 대표팀의 16강 진출에 기여하면서 자신의 몫을 다했다.
김승규가 부상에서 돌아오며 골키퍼 경쟁도 원점에서 출발하는 느낌이다. 전북현대로 복귀한 뒤 팀의 K리그 선두 질주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송범근도 이들을 자극할 수 있는 경쟁자다.
대표팀은 9월 7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대결하고 10일 오전 10시 미국 테네시 지오디스 파크에서 멕시코와 경기한다. 평가전인 것을 감안한다면, 조현우가 2경기 모두 골문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