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화에서 비야르 로하스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아트선재센터는 개관 30주년을 맞아 내년 2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페루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첫 한국 개인전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를 선보인다.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조각적 생태계로 바꾸는 이번 전시는 인류세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작가의 대규모 장소·환경 특정적 프로젝트다.


2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야르 로하스는 "오늘날 인류가 AI라는 새로운 '타자'를 마주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이와의 공존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탐색하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전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비야르 로하스는 미술관을 보존의 공간이 아닌, 다양한 존재들이 뒤섞여 해체와 변이가 일어나는 불안정한 지형으로 탈바꿈시킨다. 전시를 위해 기존 출입구는 흙더미로 막히고, 흰 가벽은 철거되어 콘크리트 골조가 드러난다. 온·습도 조절 장치를 멈추고 흙, 불, 식물 등 자연 요소를 내부로 들여와 미술관 내부와 외부, 제도와 지구 생태 사이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2022년부터 이어온 연작 '상상의 종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업은 작가가 개발한 ‘타임 엔진’에서 시작된다. 비디오 게임 엔진과 AI, 가상 세계를 결합한 이 디지털 시뮬레이션 도구는 변화하는 생명체와 건축, 생태계가 뒤섞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여기서 생성된 가상의 조각을 현실 세계에 물리적 형태로 구현한다. 이 조각들은 금속, 콘크리트, 흙,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유기적·무기적 재료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전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전시 제목인 '적군의 언어'는 인류의 역사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 같은 '타자'와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며 상징적 사고와 의미를 창조했다.

이번 전시는 비야르 로하스가 한국에서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작가 스튜디오 팀이 6주간 서울에 머물며 직접 제작했다. 붕괴와 진화, 재생의 순환 속에 놓인 세계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현실을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미지의 감각을 선사한다.

6일에는 비야르 로하스가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려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다. 집단적 협업을 통해 대규모 장소 특정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조각,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와 포스트-인류세 속 존재들의 경계를 탐구한다.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LA 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광주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 등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