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정규시즌 최하위를 확정했다. 시즌 전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은 결과이고, 2023, 2024시즌에도 이미 경험한 불명예다. 하지만 과정까지 들여다보면 키움의 2025시즌은 구단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움은 지난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3-8로 패했다. 시즌 전적 41승4무85패(0.325)가 된 키움은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하위를 확정했다.
키움은 2023, 2024시즌에도 꼴찌를 했지만 최종 승률이 4할 초반대였다. 시즌 마지막까지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였을 뿐, 올 시즌 꼴찌가 키움이라는 건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전부터 '최약체' 전력으로 꼽혔고, 개막 이후에도 반전은 없었다.
키움은 3~4월 11승22패(0.333)로 출발한 뒤 5월 4승1무22패(0.154)로 추락했다. 22패는 역대 KBO리그 월간 최다 패 신기록이기도 하다.
6월에 10승2무10패(0.500)로 그나마 반등에 성공했지만, 7월 들어 3승1무15패(0.167)로 다시 내려앉으면서 홍원기 감독, 김창현 수석코치, 고형욱 단장이 동반 해임됐다.
8월엔 12승14패(0.462)로 다시 선전했으나 반등을 기대하기엔 너무 늦었다.

키움은 2022년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정후, 김혜성, 안우진 등 주축 선수들과 신예, 베테랑이 어우러졌고 외국인선수 선발도 성공적이었던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엔 본격적인 '대권 도전'에 나섰으나, 이정후, 안우진이 부상 당하며 꼴찌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정후가 빅리그로 떠난 2024년에도 김혜성이 고군분투했지만 역시 최하위였다.
올 시즌을 앞두곤 김혜성마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기에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이에 키움은 아예 시작부터 '리빌딩'을 염두에 뒀다.
키움은 오프시즌 팀의 필승조 투수인 조상우를 KIA 타이거즈로 보내며 신인 지명권을 받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조상우를 일찌감치 내보내고 미래를 꾀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외국인 선수 계약은 의구심을 낳았다.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아리엘 후라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로운 외인을 영입하기로 한 것.
외국인타자 2명을 기용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그렇다고해도 '에이스급' 투수 2명을 모두 내보내는 건 의아했다. 몸값이 올라가는 두 투수 대신 저렴한 외인을 영입한다는 계획이었는데, 결과적으론 이것은 '최악의 수'가 됐다.

개막 전 영입한 푸이그, 카디네스에 새 외인투수 케니 로젠버그까지 3명 모두 부상에 신음했고, 키움은 올 시즌에만 7명의 외인을 기용했다.
전력도 약한 팀이 외인 영입도 느슨하게 가져가면서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2선발'로 낙점됐던 2년 차 김윤하는 승리 없이 12패만 당하며 무너졌고, '1순위 신인' 정현우도 망가진 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긴 어려웠다.
순위는 지난 2시즌과 같지만 올 시즌의 키움은 내년을 기약하기 조차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키움은 9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할 예정이던 에이스 안우진이 '벌칙 펑고'를 받다 부상당하는 황당한 사고까지 터졌다. 안우진은 어깨 부상을 당해 최소 1년 이상 재활에 매달려야 한다.
타선의 중심 송성문과는 지난달 6년 12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으나, 송성문은 내년 시즌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만일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이 성사되면, 120억 원 계약은 시작도 전에 '백지'가 된다.
이정후, 김혜성에 송성문도 빠지고, 목 빠지게 기다렸던 안우진마저 없는 2026년. 현재로선 내년 시즌 전망도 암울하기만 한 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