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스닥 상장사 나노실리칸첨단소재(구 나노브릭)의 신사업 확장에 투자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금난과 지배구조 불안에도 2차전지와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업인 나노신소재 사업에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임에도 무리한 사업 확장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2차전지 협력사 '실리칸' 알고보니 부동산 전문회사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노실리칸첨단소재는 '나노브릭'에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하고 차세대 음극재인 나노실리칸 소재를 활용한 2차전지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회사 측은 지난 7월말 이차전지 음극재 신사업의 파일럿 라인 구축을 위한 핵심 장비 셋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2025년 4월부터 7월까지 핵심 장비 도입 및 운용 인력 확보를 통해 생산 단계로 전환 준비를 마쳤다"며 "10월 중 당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발표하고 공인 성적서를 통해 성능을 검증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회사는 데이터센터 사업까지 확장해 AI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사업도 전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개발사인 디씨씨 및 아스칸 등과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신사업 발표와 달리 실제 관련 비용 지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 기준 연구개발 실적을 보면 ▲보안사업 ▲바이오사업 ▲디스플레이사업 등 실적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2차전지나 데이터센터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실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회사가 파트너사로 내세운 '실리칸'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실리칸은 2011년 설립된 부동산투자회사인 디벨러퍼시티가 지난해 사명을 변경한 회사다. 실제 실리콘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자본금 3억원의 소규모 회사다.


전문인력 채용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반근로직은 22명, 연구직은 12명으로, 지난해말(일반근로직 26명, 연구직 12명) 비교해 추가 채용은 없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연구소장을 지낸 이창섭 교수가 사외이사 겸 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그는 10여년간 실리콘 이차전지 음극재 개발을 주도해온 전문가"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 외에도 삼성SDI·에코프로 출신 공정기술 보유 박사 등 다수의 연구원이 합류해 안정적인 인재풀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대주주도 유동성 위기…자금 조달 차질로 시장 신뢰성 무너져

더 큰 문제는 나노실리칸첨단소재가 신사업을 추진할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연결 기준 나노실리칸첨단소재는 5년째 영업손실을 겪어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1년 전(-12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외부에서 자금을 계속 유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드림캐슬종합건설도 자금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드림캐슬종합건설의 자산총계는 492억원, 부채총계는 2억원이다. 하지만 현금성자산은 9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자산 대부분이 단기대여금에 묶여있어서다. 드림캐슬종합건설의 단기대여금은 251억원이며, 이 중 관계기업인 와이즈인베스터2차와 와이즈인베스터에 각각 135억원과 57억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와이즈인베스터2차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계는 825억원, 부채총계는 85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현재 서울 방배동과 가락동에 건물을 담보로 650억원을 대여했으며, 나머지 자금은 드림캐슬종합건설에서 근저당 설정 없이 차입했다. 현재로선 원금회수가 어려운 상황으로 이로 인해 드림캐슬종합건설의 유동성마저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드림캐슬종합건설의 공사미수금과 미수수익도 47억원에 달하는데 이 역시도 와이지인베스터2차와 관계가 있다.

드림캐슬종합건설의 유동성이 좋지 못하다 보니 자금조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나노실리칸첨단소재는 지난달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 6점이 추가됐다. 이는 드림캐슬종합건설은 85억원 유상증자 납입을 6개월 이상 지연해서다.

여기에 2차전지 소재 사업뿐 아니라 데이터센터까지 사업을 넓히다 보니 향후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본업에서 수년간 적자를 내는 회사가 갑자기 2차전지와 데이터센터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투자자들은 화려한 신사업 발표보다는 회사의 실질적인 자금 조달 능력과 기술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당사는 향후 추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