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취임 첫 금융권 대외 일정으로 국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 회장을 만나 간담회를 개최했다.

취임 후 바로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난 이 원장은 금융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이 생산적 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신뢰 금융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금융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날 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 등 8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만나 금융의 미래상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첨단산업, 벤처·혁신기업, 지역경제,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영역에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며 "조만간 업계와 전문가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 생산적 금융 과제를 구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소비자 중심 금융과 관련해 "자율적·선제적 채무조정과 서민금융상품 공급에 금융산업이 앞장서야 한다"며 "금융수요자를 경영의 중심에 두고 상품 판매와 내부통제를 꼼꼼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뢰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해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제2금융권 연체율 안정화, 주력산업 사업재편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아울러 "18년 만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정책은 정책답게, 감독은 감독답게 기능하는 미래지향적 개편이 돼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지주 회장들은 생산적 금융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지원을 위해 국민성장펀드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ESG 금융 강화, 벤처투자 확대, 공급망 금융 등 기업금융 활성화와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은행과 금융지주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RWA)가 글로벌 기준보다 엄격하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의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오늘 논의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금융정책과 감독에 반영하겠다"며 "정부, 업계, 유관기관이 '원팀'이 돼 금융의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 원장은 취임사에 조직 개편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앞서 정부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해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남은 조직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내놓은 뒤로 내부에선 강한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는 "주말·밤낮을 가리지 않았던 여러분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금융위에 대한 시장과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관소찰'(大觀小察·크게 보고 작은 부분도 살핀다)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