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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실리콘밸리' 자칭하는 아일랜드가 한국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아일랜드 투자개발청(IDA Ireland)은 '아일랜드 반도체 산업 세미나'를 열고 130여개 글로벌 기업과 2만명 이상의 고숙련 인력이 참여하는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소개하며 한국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투자 기회를 모색했다.
IDA는 23일 서울 송파구 소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아일랜드의 반도체 생태계를 소개하고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아일랜드 반도체 산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쉘 윈트럽 주한아일랜드 대사와 데릭 핏제랄드 IDA 한국일본 지사장, 세이머스 캐럴 IDA 반도체 기술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는 유럽 내 가장 앞선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한 인텔(Intel)을 비롯해 현지 혁신기업들이 함께하는 아일랜드 반도체 생태계의 역동적인 현황이 공유됐다. 미쉘 윈트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아일랜드는 현재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서 130개 이상의 기업이 활동하며 2만명이 넘는 고숙련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아일랜드는 '서쪽의 실리콘밸리 아일랜드'(Silicon Island of the West)라는 명칭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일랜드에는 소재·소자 제조, 장비 생산, 첨단 연구개발(R&D) 등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세계 30대 반도체 기업 중 15개사를 포함해 100개 이상의 기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토종 기업들의 성장도 눈에 띈다. 현재 아일랜드에는 약 250개의 토종 기업이 반도체 산업에 참여해 있으며 최첨단 장비 설치부터 소부장 용접 기술까지 다양한 역량을 세계 시장에 수출하며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역동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아일랜드 특유의 개방성과 전략적 입지가 있다. 아일랜드는 흔히 '유럽의 싱가포르'로 불린다. 규모와 산업 구조가 싱가포르와 닮았을뿐 아니라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4억5000만명에 달하는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아일랜드의 또 다른 강점은 인재 확보의 용이성이다. 아일랜드는 1970년대부터 이어진 산업 발전 과정에서 꾸준히 인재 양성에 투자해왔고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 비율을 자랑한다. 빠른 인구 성장과 풍부한 인재 풀은 아일랜드가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다.
IDA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지 정착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날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s)다. 세이머스 캐럴 부사장은 "내년 아일랜드 진출 50주년을 맞는 이 회사는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왔으며 현 CEO 빈스 로체 역시 아일랜드 출신 인재"라며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유럽 공동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고객을 위한 연구 서비스 센터까지 운영하며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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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서는 넥살러스(Nexalus)도 발표자로 나섰다. 넥살러스는 열역학과 정교한 열-유체 공학을 활용해 전자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케너스 오마호나 넥살러스 CEO는 "넥살러스는 더블린에 위치한 트리티티 대학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스핀아웃된 기업이며 아일랜드 기업진흥청(Enterprise Ireland)과 아일랜드 생태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기업 네트워크의 일원"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아일랜드 반도체 산업은 지정학적 갈등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기술 발전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규제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윈트럽 대사는 "아일랜드 정부가 수립한 국가 반도체 전략은 반도체 생태계를 한층 발전시키고 세계적 수준의 전문 인력을 육성하며 규제와 지원 환경을 최적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과 아일랜드 반도체 업계 주요 인사들이 교류하고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윈트럽 대사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EU 연구 프레임워크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의 준회원국이 된 만큼 공동 연구 파트너십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의 연구자·기업·정부와 협력해 과학의 최전선을 확장하고 인재를 공유하며,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길 바란다. 지금은 기술 분야에서 전례 없는 지정학적 경쟁 시기인 만큼 상호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