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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그레이(Active Gray) 세대는 실버 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노후를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계속 고용과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합니다."
주형환 저출산초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머니S 시대포럼'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머니S 시대포럼은 은퇴 후에도 경제·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인생 2막을 개척하는 '액티브 그레이(Active Gray) 세대'를 조명하고 이들을 경제성장과 사회 문제 해소의 새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3초 위기' 한국, 흑사병만큼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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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에서 주 부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압축성장을 넘어 압축소멸로 가는 길에 서 있다"며 "초저출생, 초고령사회, 초인구절벽이라는 '3초 위기'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에 비견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주 부위원장은 현 상황을 구체적인 수치로 짚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앞으로 20년간 매년 노인 비중이 1%포인트씩 늘어날 전망이다. 주 부위원장은 "2045년에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며 "불과 75년 뒤에는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출산도 심각하다. 주 부위원장은 "출생아 수가 1970년 100만명에서 지난해 23만8000명으로 줄었고 해방 이후 처음으로 영유아 수가 북한보다 적다"며 "이제는 산업 인력 부족, 복지 재정 불안, 교육·안보 기반 붕괴 등 국가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골든타임, 액티브 그레이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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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부위원장은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며 해법으로 '액티브 그레이'를 제시했다. 주 부위원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학력과 자산 수준이 높고 73세까지는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며 "액티브 그레이 세대가 실버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주 부위원장은 노후를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계속고용과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선택적 재고용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국민연금 구조 개혁 ▲퇴직연금 기금형 확대 ▲개인연금 세제지원 강화 등을 언급했다.
주 부위원장은 "지금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면 고령 근로자 1명을 늘릴 때 청년 고용은 0.2명 줄어들어 세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선택적 재고용을 시작으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해 의무적 재고용과 정년 연장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연금 제도도 언급했다. 주 부위원장은 "국민연금은 모수 개혁을 넘어 구조 개혁까지 가야 하고 퇴직연금은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기금형으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개인연금에는 과감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또 다른 소득 축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돌봄과 치매 대응도 강조했다. 그는 "치매 환자가 2050년에는 400만명에 달하고 치매머니(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가 50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 자산이 의료·돌봄 재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후견·신탁제도, 금융권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아파트 재건축 및 신축 시 고령친화 설계를 확산하고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돌봄 시스템을 도입하면 노인이 굳이 실버타운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며 "돌봄 인력 부족 문제는 내국인 처우 개선과 외국인 인력 도입 논의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하며 ▲돌봄 로봇 ▲웨어러블 ▲치매 치료제 ▲스마트 홈케어 등 에이지 테크(Age-Tech) 분야를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주 부위원장은 "2030년까지 1조원 규모 R&D(연구개발) 투자, 규제 완화, 초기 수요 창출, 민관 얼라이언스를 통해 산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 부위원장은 "3초 위기는 분명히 위기이지만 우리가 제도와 산업을 혁신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국가적 역량을 모아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