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737 MAX의 추락 사고로 타격을 입었던 보잉이 점차 실적을 개선 중이다. 사진은 보잉 737 MAX/사진제공=보잉

과거 B737 맥스(MAX) 추락 사고 여파에서 간신히 헤어 나온 보잉이 최근 실적을 개선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지난 8월부터 이어진 방산 부문의 파업으로 연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분기 보잉은 항공기 인도량과 매출 모두에서 2018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6년 만에 최대 매출을 거둔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27억달러(약 31조83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9% 상승했다. 영업손실은 1억7600만달러(약 2468억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13억8400만달러의 영업손실보다 줄었다. 주가는 올해 초 대비 상승세를 보여 30% 올랐다. 이는 S&P 지수가 10% 상승한 것에 비해 20% 더 높은 것이다.


이는 항공기 인도 대수가 정상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2분기에 민항기 부문 항공기 인도 대수는 총 150대를 기록했다.

iM증권의 배세호 연구원은 "생산이 정상화되며 하반기로 갈수록 월 50대 이상의 인도도 가능해 보인다"며 "이 추이라면 연간 570여대 이상을 인도할 수 있는데 이는 2018년 806대 인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기준 수주 물량은 5968대다. 최근 대한항공을 비롯한 글로벌 항공사들의 항공기 추가 주문이 이어지며 수주 물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분기 상업용 항공기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1% 상승한 1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손실 역시 12%에서 5%로 줄었다.


방산 및 우주 부문은 2분기 66억2000만달러(약 9조284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1억1000만달러(약 1542억원)로 흑자 전환했다.

이는 AH-64와 CH-47등의 헬리콥터와 F-15 전투기 등 군용기를 인도량 역시 늘어난 결과다. 보잉이 2분기에 인도한 군용기는 36대로 전년 동기에 기록한 28대보다 8대 늘었다.

실적 개선 중 발목 잡은 파업…8월부터 두달째 계속

8월4일부터 보잉 방산 부문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군용기 분야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에버렛 미 보잉 공장. /사진=머니투데이

이처럼 생산이 정상화되며 실적이 개선되는 중 찾아온 파업 악재는 뼈아프다는 평가다. 주가도 이를 반영하듯 지난 1일(현지시각) 기준 215.2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29% 하락했다. 특히 9월 들어 연일 하락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4일 보잉 방산 부문에서 32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임금 상승을 요구하며 29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와 일리노이주 마스쿠타 등에 있는 보잉 방산 부문 시설 노동자들이 참가한다. 이로 인해 F-15와 F/A-18 전투기, T-7A 훈련기와 MQ-25 무인기 등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보잉 CEO인 켈리 오트버그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작년 시애틀에서 진행된 3만명 규모의 파업보단 규모가 작다"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보잉의 파업이 지난 7월27일 첫번째 합의안이 부결된 뒤 8월3일 보잉 사측이 제시한 4년 기한의 두번째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9월12일 노조 지도부와 사측이 5년 기한의 세번째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도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잉은 영구 대체인력 고용을 언급하며 압박에 들어갔다. 지난달 25일 댄 길리언 보잉 방산부문 부사장은 "다음 단계로써 생산 분야 영구 대체 인력 고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에 노조는 자체적으로 합의한 계약안을 사측에 제시했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못해 평행선을 달렸다. 이후 노조와 사측은 29일 협상 재개를 발표했지만 이 역시 하루만에 결렬됐다.

협상 재개 소식이 전해지기 전 보잉은 F/A-18 슈퍼 호넷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세인트루이스 공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노조 측의 반발을 불렀다. 톰 볼링 노조 대표는 "우리의 숙련된 노동자들이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와중에 보잉이 이런 발표를 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측은 "미래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확장 및 전환 계획의 일환일 뿐"이라며 "몇 년에 걸칠 전략 계획이 실행됨에 따라 일부 작업의 이전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며 "이미 두 차례나 합의가 무산되며 자신들만의 합의안을 내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자체적으로 낸 합의안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이미 보잉 방산 부문에서는 고정 계약 손실로 인해 2024년 4분기에만 23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파업으로 인해 방산 부문의 실적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투자 주의사항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