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푸드 행사에 전시한 미국산쌀로 제작한 즉석밥./사진제공=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K푸드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즉석밥 수출이 10년 새 1309% 폭증했지만 정작 주원료는 국산이 아닌 미국산 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수출 가공식품에 사용된 국산 농수축산물 비중은 31.9%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31%대를 유지하며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수치다.


즉석밥은 K푸드의 대표 품목으로 2015년 2100톤(640만달러)에서 2024년 2만9600톤(8540만달러)으로 늘며 중량 기준 1309%, 금액 기준 1234%가 증가했다. 특히 2024년 미국 수출 비중이 80.4%(중량기준)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 수출되는 즉석밥 대부분은 국내산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Calrose)' 중립종 쌀을 사용하고 있었다.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들은 저율관세할당(TRO)을 통해 수입된 쌀을 활용해 재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수출용 즉석밥 생산에 국산 쌀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국산 쌀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한·미 간 농약 잔류기준(MRL) 차이를 꼽는다. 국내에서 허용된 175개 농약 중 107개는 미국에서 '불검출(0ppm)'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국내산 쌀이 미국 수입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책 주무기관인 aT조차 국산 농산물 연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aT는 지난 9월 16일 'K푸드 식품영토 확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지만 행사장 전시 부스에는 미국산 쌀로 만든 즉석밥 제품이 버젓이 전시돼 논란을 빚었다.

임 의원은 "미국 농약 기준에 부합하는 재배방식으로 관리된 수출전문단지를 조성해 국산 쌀을 수출용 즉석밥에 활용해야 한다"며 "K푸드 수출이 곧 국산 농산물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