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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안국역 인근. 햇살은 뜨겁고 습도는 높지만, 도심 한가운데 시원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전통주갤러리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주는 체험형 문화공간이다. 매달 무료 시음 행사까지 제공되는 이곳은 실내 피서지이자 감각적인 데이트 장소 그리고 혼자서 여유를 즐기기 좋은 도시 속 쉼터로 완벽하다.
4년째 이곳을 맡아 운영하는 남선희 관장은 갤러리를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술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매일 수십 명, 매달 몇천 명이 갤러리를 찾아 시음 체험을 하며 술을 마주하고 휴식도 취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어 글로벌 홍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한 잔에 담긴 시간, 한 모금에 머무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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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갤러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전통주 소통 공간이다. 매달 새로운 주제로 5종의 전통주를 선정해 시음할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통주갤러리에 들어서면 깔끔한 전통공예 감성의 전시장이 먼저 반긴다. 한쪽 벽면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원산지·재료·양조 방식과 함께 전시돼 있고 다른 쪽에는 이달의 주제 '2025 찾아가는 양조장'이 안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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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시음 프로그램에서는 ▲우창의 대관람차 ▲지시울의 화전일취15 ▲연미의 연미정 여름 ▲컨츄리와이너리의 컨츄리산머루드라이 ▲신선의 신의한술을 만날 수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각 술의 역사, 문화, 특징, 차별성, 페어링하기 좋은 음식 등을 설명한다. 저마다의 속도로 술을 향유하는 여유로움이 전통주의 미덕을 한껏 끌어올린다.
시음자들이 꼽은 최고의 전통주는 연미의 연미정 여름이었다. 국내 청포도 품종인 '청수'로 빚은 연미정 여름은 깔끔하고 산뜻해 여름에 마시기 딱 좋은 과실주다. 한 모금 마시자 상큼한 시트러스의 경쾌함과 풍성한 다래의 향이 입안에 피어났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회나 해산물과 곁들이면 좋다는 '꿀팁'을 건넸다.
시원한 전통주 한잔, 무료 시음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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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 프로그램에서 만난 김동현씨 커플은 누구보다 이 체험을 깊이 즐기고 있었다. 와이너리와 양조장 방문을 즐긴다는 김동현씨(서울 강서구·37)는 전통주갤러리 방문을 통해 전통주와 여행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경험한 전통주들을 계기로 다음 여행 콘셉트를 짜는 영감을 얻었다. 언젠가는 다른 양조장에 가서 직접 술을 빚어보는 체험도 해보고 싶어졌다"며 관심을 드러냈다.
평소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는 김씨의 여자친구는 "이렇게 다양한 전통주를 다양하게 마셔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월별로 바뀌는 시음 프로그램에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술을 좋아하고,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전통주갤러리에 꼭 와봐야 한다. 오늘은 마치 짧은 국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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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전통주갤러리 팀장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통주들을 엄선해서 소개하고 있다"며 "갤러리에서 제공되는 술은 남선희 관장님이 직접 시음하고 검토해 선정하는 만큼 맛과 품질 모두 자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은 전통주를 한 번쯤 마셔봐야 '놀 줄 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핫한 문화로 자리 잡은 전통주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분명히 기억에 남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팀장은 "시음 행사 외에도 다양한 주종(탁주·과실주·약주 등)의 정보와 설명이 전시돼 있어 언제 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며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상주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자유롭게 많이 질문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통주갤러리를 더 잘 즐길 팁을 더하자면, 미리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시음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얻길 바란다. 또 오는 20일까지는 전통주를 10% 할인 판매하고 있다고 하니 놓쳐선 안 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