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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단순 중개업을 넘어 증권·결제·핀테크 기능을 흡수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업계는 준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에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등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절차를 개시한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엔 '가상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고 분산원장 개념을 추가해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한다. 거래소의 상장 및 공시 의무를 법에 포함해 상장·폐지 기준, 거래정지 절차, 공시사항 등을 주식시장 수준으로 강화한다. 스테이블코인에는 발행인 인가제, 상환권 보장, 준비자산 100% 이상 보유 의무를 도입할 계획이다.
네이버페이와 손잡은 업비트… 2030년까지 연간 3000억원 규모 수익 창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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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자산 업계에 가장 큰 화제가 된 건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 1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네이버가 손잡은 사례다. 양사는 가상자산·증권·스테이블코인·핀테크를 통합한 전략을 통해 이른바 '슈퍼앱' 모델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두나무와 네이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사업 추진 계획을 만드는 등 관련 사업에서 협력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네이버-두나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2030년까지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업비트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며 "세부적인 계획은 법과 제도가 마련되면 함께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협업 형태 등은 규제 환경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비트는 생성형 AI(인공지능)와 결합해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두나무 임시주주총회에서 오경석 두나무 신임 대표이사는 생성형 AI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 기술, 그중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이는 고객 응대 자동화, 이상 거래 탐지,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등 디지털 자산 플랫폼 핵심 기능에 근본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이러한 기술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고 AI 기반 기술과 데이터 역량을 강화해 플랫폼의 경쟁력을 한층 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점유율 2위 빗썸은 내년 4월을 목표로 코스닥 시장 IPO(기업공개)를 추진, '제도권 금융사'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IPO를 앞둔 만큼 수익구조 다변화가 예상된다. 빗썸은 여러 업체와 스테이블코인의 결제와 송금 관련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러 방향에서 논의 진행 중"이라며 "다만 아직 협력 기업이나 컨소시엄 구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관련해선 사업적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향후 정해질 법제도 정비 내용에 따라 서비스 내용이 구체화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 다변화, 전통 금융기관에 부정적 영향 미칠 가능성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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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스테이블코인 입법화 등을 담은 법 제도가 통과되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는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코빗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이 거래수익(98%), 기타(2%)로 거래소 수익 다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경우 거래수익(51%), 스테이블코인(22%), 블록체인 리워드(14%), 대출 및 이자(6%), ETF(상장지수펀드) 및 구독(8%)으로 수익 다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업 다변화는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전통 금융 중개기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스테이킹, 블록체인 리워드를 제공하는 건 은행 예금 이자나 예금 유치 경쟁과 유사한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실제로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투자자에게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테이킹은 이용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트랜잭션 검증에 활용하도록 검증인에게 맡기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행위다. 자산 운용에 따른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닌 블록체인 네트워크 보안성 향상에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의 하나로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예치 서비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업비트의 '업비트 스테이킹'은 참여 조건, 기술적 난이도, 보안문제 등 스테이킹 조건을 개인이 직접 맞출 필요 없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업비트 스테이킹은 이용자 자산을 운용하거나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업비트가 직접 운영하는 검증인을 통해 블록체인 네크워크에 100% 스테이킹한다. 이용자가 스테이킹한 자산은 모두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돼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게 회사의 주장.
빗썸은 자유형 스테이킹과 고정형 스테이킹이 있다. 자유형 스테이킹은 거래, 입출금이 자유롭고 보상이 자동 적립되며 고정형 스테이킹은 이를 신청한 가상자산의 거래, 입출금이 제한되지만, 더 높은 이율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보유한 가상자산으로 원하는 수량만큼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 수량에 따라 보상도 달라진다"며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빗썸은 코인 대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코인 대여 서비스는 보유 자산을 담보로 최대 85%까지 가상자산을 대여해 공매도 전략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양 연구원은 "코인베이스, 로빈후드와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소로서 역할하는 것이 아닌 향후 결제·투자·저축·대출·가상자산 거래까지 통합할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사로 발전하게 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업 다변화는 은행·증권사·거래소·SWIFT 등 전통 금융업에 위협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