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가 연기금 투자책임자 출신을 최고경영자로 잇따라 선임하고 있다. 수십조원 규모 자금을 다룬 경험과 기관투자 노하우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란 계산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국민연금 전략부문장 출신인 이석원 씨를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1990년대 중반 운용업에 입문해 미래에셋, KB, 하이자산운용 등에서 주식운용 경력을 쌓았고, 2018년부터 국민연금에서 근무했다. 전략부문장 재임 기간 국민연금은 3년 연속 두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업계 5위인 신한운용은 이 대표의 연기금과 인맥을 활용해 기관 맞춤형 ETF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연기금 경험자가 시장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4위인 KB자산운용도 공무원연금 출신 김영성 대표 체제에서 급성장했다. 작년 말 132조원이던 수탁고가 현재 160조원대로 늘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주목받는 타깃데이트펀드 시장에서 올해에만 4000억원 이상을 끌어모으며 수탁고 2조원, 시장점유율 13.7%를 기록했다.
게다가 국민연금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로 2017년 이후 배당주형, 대형주형, 액티브퀀트형, 중소형주형까지 선정되며 영역을 넓혀오고 있다.
카디안자산운용은 지난달 한국투자공사 CIO 출신 김상진 씨를 대표로 선임했다. 13년 만의 CEO 교체였다. 김 대표는 시장 구조 변화 대응과 상품개발 강화 방침을 밝혔다.
최근 운용업계가 연기금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십조원대 자금을 굴린 경험에서 나오는 거시적 시각과 리스크 관리 능력, 그리고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이해도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최대 고객이라는 점 역시 이들을 영입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