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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하며 국내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수 승인 절차를 둘러싼 불투명성 논란에 휘말렸다.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와 신뢰 문제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다.
2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팍스 인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 짓고 후속 절차를 추진 중이다. 고팍스와 바이낸스는 재원 확보 및 소액주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5일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했다. 바이낸스는 2019년 '바이낸스코리아(KR)'이라는 법인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2021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상 실명계좌와 자금세탁방지의무(AML)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이후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지분 약 41%를 인수하기로 하며 한국 시장 진입을 추진했으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 이력 등을 이유로 심사를 보류하면서 절차가 장기간 지연됐다. 미국·프랑스·인도 등에서 제재받은 이력과 창립자 자오창펑의 형사 처벌 등도 리스크로 작용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바이낸스가 미국 당국에 소명하고 일부 제재가 해소되자 FIU는 지난 15일 고팍스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며 사실상 인수를 승인했다. 다만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승인 심사 절차의 투명성, 정권 교체 이후 신속 승인 배경, 고위공직자 자녀 인사 개입설 등이 질타받으며 규제 정합성과 투명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무위 질의 이후 FIU가 내부 검토자료와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재점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무위에서 집중 질타 받은 만큼 내부 점검을 통해 추가 설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가장 우려가 나오는 것은 바이낸스가 인수 조건으로 약속한 고파이(GoFi) 피해액 상환 문제다. 고파이는 고팍스의 예치형 상품으로 투자자가 맡긴 코인을 해외 대출 플랫폼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 등에 예치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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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제네시스가 대출과 상환을 중단하면서 고객 예치금 인출이 막혔고, 이로 인해 약 1400억원 규모 고객 자금이 묶인 상황이다. 바이낸스는 고팍스 인수 추진 과정에서 고파이 미상환금 전액 보상을 약속했지만 인수 절차가 장기화되며 상환 계획도 지연됐다.
현재 고팍스는 바이낸스와 함께 예치금 상환 절차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팍스는 대주주인 바이낸스와 긴밀히 협력해 고파이 예치금 상환을 위한 재원 확보 및 소액주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단계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상환 절차의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은 확정되는 대로 공지를 통해 안내해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고파이 상환 문제와 함께 투명한 운영 구조와 규제 준수 체계 확립도 최대 과제다. 바이낸스는 2021년 AML 의무 위반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데다가 그 외 국가에서도 투명성 문제가 불거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오더북(호가창) 공유와 관련해서도 감독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오더북을 바이낸스와 고팍스가 공유·연동할 경우 AML 체계가 달라 당국이 거래 주체나 자금 출처를 추적하기 어렵고 감독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인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금세탁방지(AML) 절차, 예치금 관리, 정보공시 등 제도적 정합성을 확보가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4년 만의 바이낸스 국내 복귀가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가상자산 인프라 구축에 있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완결성과 제도권 금융∙규제와의 강한 연계"라며 "단순한 기술적 혁신보다 제도적 정합성과 신뢰 구조가 핵심 요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