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던 김혜성(LA다저스)의 빅리그 도전이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다저스는 지난 2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월드시리즈(WS) 7차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꺾고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1회말 대수비로 투입된 김혜성도 우승의 순간에 함께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김혜성은 지난 1월 비공개 경쟁 입찰(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다저스와 2+1년 최대 2200만달러(약 314억원)에 계약 후 메이저리그(ML)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국내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주전 경쟁이 훨씬 수월한 다른 팀들의 오퍼가 있었음에도 2024시즌 WS 챔피언 다저스를 택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김혜성의 선택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다저스는 토미 에드먼과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 키케 에르난데스 등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을 다수 보유했다.
실제로 스프링캠프 동안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다저스는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에 트레이드한 후 김혜성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그러나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0.207(29타수 6안타) 1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613을 기록하며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고 결국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트리플A에서 활약한 김혜성은 지난 5월 에드먼이 발목 부상을 당하자 마침내 ML 데뷔에 성공했다. 플래툰 탓에 가끔 출전했지만 5월 한 달 동안 타율 0.422(45타수 19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058로 맹타를 휘두르며 빅리그 내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다저스는 에드먼의 복귀 후에도 김혜성을 빅리그 엔트리에 남겨뒀다. 오히려 경쟁자였던 테일러가 방출 통보를 받았다.
6월까지 좋은 성적을 낸 김혜성은 왼쪽 어깨 점액낭염 부상을 입어 부상자명단(IL)으로 향했다. 약 한 달 정도 결장했지만 지난 9월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고 다행히 와일드카드(WC)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후 시리즈도 명단 제외 가능성에 제기됐지만 번번이 살아남았다.
김혜성은 ML 데뷔 첫해 타율 0.280(161타수 45안타) 3홈런 17타점 19득점 13도루 OPS 0.699로 시즌을 마쳤다.
김혜성이 빅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프로 의식에 있다. 실제로 팀 동료인 오타니 쇼헤이나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도 김혜성의 몸 상태를 본 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재다능함도 생존 무기 중 하나다. 평소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하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스프링캠프 도중 김혜성에게 외야 수비를 권했다. 김혜성은 프로 데뷔 후 좌익수로 44경기(2020년) 뛴 게 전부였지만 기꺼이 외야로 나갔다. 이후 2루수와 유격수, 중견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했다. 또 팀 내에서 가장 빠른 주력을 가지고 있어 WS 엔트리에 빠지지 않고 포함될 수 있었다.
김혜성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304 37홈런 211도루 OPS 0.767로 지금까지 ML로 향한 다른 한국 선수들보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고 결국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WS) 우승 반지를 손에 넣는 영광을 누렸다. 무모한 줄 알았던 김혜성의 도전은 첫 시즌은 위대하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