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 연설에서 "내년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AI 시대와 미래 성장, 그리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하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을 통해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대한 국민들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 여러분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 있다"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우리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시정 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국회에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이날 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AI'로 총 28번이었다. 이어 '국민'(21회), '투자'(11회), '성장'(11회), '미래'(9회), '협력'(8회), '경제'(6회), '국회'(6회), 'K(이니셔티브)'(5회) 순으로 많이 등장했다.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내용으로는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10조1000억원 ▲'첨단산업 R&D 투자' 35조3000억원 ▲'스마트 강군' 전환을 위한 국방 예산 66조3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저소득층 지원과 재해·재난 예방 및 대응, 아동수당 지급, 청년미래적금 지원,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재정 원칙 등이 주요 지출 방향으로 제시됐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2026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 연설문 전문
2026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 연설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직접 설명드리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예산안 설명에 앞서 경주 APEC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국회의 협력에 힘입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의 번영과 교류 협력을 주도하는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APEC 정상회의 최초로 AI와 저출생·고령화 등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과제를 함께 풀어가기로 합의했고 문화창조산업을 APEC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명문화함으로써 향후 K-컬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공고히 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경주선언'을 이끌어 내면서 대한민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류와 번영, 역내 평화 증진을 위한 역할을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APEC 주간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습니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함으로써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대미 투자패키지에는 연간 투자상한을 설정해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고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도 다층적 안전장치를 확보함으로써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또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한중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로 다시 합의했습니다.
무엇보다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원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 그리고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을 비롯한 6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한층 높여나가겠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오늘은 제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지 정확히 5개월째 되는 날입니다. 불법 계엄의 여파로 심화된 민생경제 한파 극복을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비상한 각오로 임했고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급상황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올해 1분기 마이너스로 후퇴했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는 1.2%로 반등하며 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가지수도 4000을 돌파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협력으로 주가를 옥죄던 지정학적 리스크, 지배구조 리스크, 시장 투명성 리스크가 일부 개선되고 AI 등 산업경제 정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 덕분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안주하거나 만족하기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 통상질서의 재편과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될 것이지만 변화를 선도하며 한발짝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가 있습니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산업 사회에서 정보 사회로 전환해 왔던 것처럼 AI 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필연입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년이 뒤처지겠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습니다.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서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번째 예산입니다. 정부 예산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에 국민 한분 한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만큼 단 한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성과·저효율 지출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의 지출을 삭감했고 모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께서 제대로 감시하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했습니다. AI 시대,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내년 예산안의 중점 방향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AI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성장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겠습니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1000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이는 올해 예산 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사업에 집중투자하겠습니다.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하겠습니다.
이 예산으로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지역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하고 대규모 R&D·실증 추진을 통해 AI 기반 지역 혁신을 촉진하겠습니다. 바이오헬스, 주택·물류 등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의 신속한 AI 적용을 지원하고 복지·고용, 납세, 신약심사 등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AI 도입을 확산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인재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겠습니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습니다. 엔비디아에서 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AI·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으로 19.3% 확대 편성했습니다. 향후 5년 동안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혜택을 국민께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AI 시대에는 문화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문화의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K-컬처 투자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K-콘텐츠 펀드 출자 규모를 2000억원 확대해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고 청년 창작자가 생계 부담 없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한류와 연계한 K-푸드·K-뷰티 붐업을 위해 수출바우처와 융자지원을 대폭 확대해 생산·판매·유통 등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AI 기술은 방위산업의 판도도 바꾸고 있습니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과 R&D 투자로 방위산업을 AI 시대의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 4대 강국의 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된 약 66조3000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재래식 무기체계를 AI 시대에 걸맞는 최첨단 무기체계로 개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하여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습니다.
북한 연간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습니까.
둘째 취약계층의 생활을 두텁게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굳건히 지키겠습니다.
새로운 기술 발전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만 한편으로는 격차가 커지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합니다.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입니다.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기반 마련을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51% 인상하여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매월 200만원 이상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지원 인원을 확대하고 장애인 일자리를 대폭 확충해 자립과 사회 참여의 토대를 공고히 하겠습니다. 각종 사고와 재해·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 잃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근로감독관을 2000명 증원하고 일터지킴이를 신설해 산업재해 사고 발생에 적극 대처하겠습니다.건설·조선업 등의 산재 빈발 업종은 현장을 상시 점검할 것입니다. 1만7000개소의 영세사업장과 건설현장에는 안전시설 확충을 지원할 것입니다.
재해·재난 예방 및 신속 대응에 전년 대비 1조8000억원을 증액한 총 5조5000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생계와 생명의 위기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평화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지속하고 교류협력(E), 관계정상화(N), 비핵화(D)를 통한 'END 이니셔티브'로 평화 공존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생애주기별 촘촘한 지원과 함께 균형발전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AI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먼저 연령대별 맞춤형 지원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출생률 반등을 위해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2026년 만 8세 이하까지 확대하고 임기 내 12세 이하까지 늘려 나가겠습니다.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 저소득 청년이 저축을 하는 경우 정부가 최대 12%를 매칭 적립하여 청년의 자산 형성도 돕겠습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불편함 없이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노인 일자리도 110만명에서 115만명으로 확대해 사회 참여 기회를 넓히겠습니다.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대중교통 정액 패스를 도입하여 교통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습니다. 경영안정바우처 지급과 24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도 확실히 하겠습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어 5극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습니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아동수당과 노인일자리 등 7개 재정사업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도게 설계했습니다.
그 외에도 재정지원 사업 선정시 지방우선, 지방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인구감소지역 주민께는 월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습니다.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하여 거점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로 육성하고 학부·대학원·연구소를 아우르는 패키지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지방정부가 여건에 맞게 스스로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포괄보조 규모도 10조6000억원으로 3배가량 대폭 확대해 지방정부 행정의 자율성을 확실히 제고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일궈 온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미래가 절망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 여러분의 저력을 믿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우리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대한 국민들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습니다.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2026년 예산안이 치밀한 심사를 거쳐서 신속하게 확정될 수 있도록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