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설립한 연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트리플라잇㈜은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은 발간 보고서 표지. /사진=SK그룹

SK그룹이 설립한 연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트리플라잇㈜은 6일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2020년부터 매년 실시돼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올해는 지난 5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문제 인식을 분석해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들어 한국 경제는 수치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4~6월) –0.2%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5년 같은 기간 0.7%로 반등했지만 국민의 국가경제 평가는 2020년 5.13점(10점 만점)에서 2025년 3.88점으로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개인의 행복 수준도 지난해 6.54점에서 올해 6.34점으로 떨어졌고 사회문제가 국민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은 6.97점으로 조사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불신은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자신의 경제 수준을 비관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고 특정 사회문제에 편향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통계청의 2023년 조사 기준 중산층 비율은 59.3%이지만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39.5%에 그쳤다.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지난해 4.1%에서 올해 9.8%로 두배 넘게 늘었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들은 '소득 및 주거 불안', '고용 및 노동 불안정' 등 경제문제를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았다. 반면 중산층 이상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자연재해'를 주요 사회문제로 인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제적 심리적 상황에 따른 인식 격차가 계층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을 4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평균 3.3점으로 매우 높았으며 특히 이념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95.9%에 달했다.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의 참여 의지도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투자, 기부, 봉사 등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0년 62.7%에서 올해 53.5%로 감소했고 투표·불매운동·책임소비 등 실제 행동 경험은 같은 기간 34.5%에서 22.9%로 하락했다. 연구진은 "사회 개선을 위한 의지와 노력의 감소는 사회문제를 크게 키워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더욱 촉발시키는 등 부정적 심리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사람들의 신뢰와 유대감 형성, 공동체 정신 등의 함양을 통한 사회적 자본 강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변화하고 있다. 조사 결과 기업이 '경제 성장'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 묻자 55.1%가 'ESG 관리 우선'을, 44.9%가 '성장 우선'을 선택했다. 특히 ESG 이해도가 높은 집단일수록 성장의 필요성도 함께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 '성장과 ESG는 대립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따라서 기업들은 돈도 벌면서 사회 문제도 해결하는 보다 영리한 '지속가능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기업이 전략적으로 주목해야 할 사회문제 영역을 제시한 '지속가능성 맵'(Sustainability Map)을 처음 공개했다. 이는 주요 산업별 30대 기업의 최근 2개년 지속가능보고서를 분석해 소셜 임팩트(사회적 영향)와 비즈니스 임팩트(사업적 영향)를 기준으로 네가지 영역으로 분류한 것이다.

소셜·비즈니스 임팩트가 모두 높은 영역에는 온실가스와 대체에너지 부족 문제가 포함돼 있으며 기업이 성장과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얻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분야로 꼽혔다. 반면 에너지 비효율·자연재해·성 격차 등은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출산·양육 시스템 부족·기후변화 대응 부족 등은 이해관계자 신뢰 제고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약자 차별, 직장 내 괴롭힘, 자살 등은 즉각적 영향은 작지만 장기적 관리가 필요한 영역으로 분류됐다.

나석권 CSES 대표이사는 "경제지표는 회복세를 보이지만 국민의 마음속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은 여전하다"며 "기업의 경쟁력은 이제 숫자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힘에서 나온다. 기존과는 다른 '영리한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