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지정 문화유산인 기장읍성에서 600년 전 최초 축성 당시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국가사적 승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발견은 기장읍성의 역사적 가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일 뿐만 아니라 향후 문화유산의 위상과 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17일 기장군에 따르면 기장읍성 서벽 일원 정밀발굴조사에서 조선 세종 시기(1425년경)에 처음 축성된 성벽(체성)과 해자 유적을 확인했다. 현재 성벽 아래층에서 더 이른 시기의 유적이 확인되면서 그동안 사적 승격의 보류 조건이었던 '역사자료 보완'을 충족할 성과로 평가된다.
올 6월부터 울산문화유산연구원이 진행한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1425년경 처음 축성된 해자 위로 1490년~1530년 사이에 다시 지어진 성벽이 겹쳐진 채 발견됐다. 시기를 달리하는 성곽이 상하 중복 관계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자에서는 15세기 인화분청사기 등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도 함께 출토돼 문헌으로만 추정되던 기장읍성의 역사를 실물로 증명하게 됐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이번 조사는 기장읍성의 가치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매우 중요한 성과"라며 "조사 결과를 충실히 반영하여 국가사적 승격을 반드시 이뤄내고 체계적인 국비 지원을 바탕으로 기장읍성 일원을 역사사적공원으로 조성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만약 기장읍성이 이번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부산시지정 문화유산에서 국가사적으로 승격되면 그 위상과 보존·관리 시스템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큰 변화는 관리 주체와 재원의 격상이다. 현재는 부산시와 기장군이 관리의 주된 책임을 지지만 국가사적이 되면 국가유산청의 직접적인 관리와 감독 아래 체계적인 보존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국비 지원이 대폭 확대된다. 발굴·조사, 연구, 복원·정비, 재해 예방 시스템 구축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국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덜고 보다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전문적인 기술과 인력 지원도 강화된다. 국가유산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기술 자문과 지원을 받아 보존·관리의 수준이 한층 높아진다. 문화유산과 주변 지역에 대한 법적 보호도 훨씬 강력해진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되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와 규제가 강화돼 성곽 주변의 난개발을 효과적으로 막고 원형 경관을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