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 4사의 R&D 지출이 올해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국내 방산업계의 연구개발(R&D) 지출이 올해도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군비 경쟁이 고조되면서 장거리 정밀타격, 항공기, 무인체계 등 차세대 무기 개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수출 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개발 투자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확대하고 있어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기준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의 R&D 총액은 952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8505억원)보다 12.0%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1조원대를 안정적으로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R&D 지출은 566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 감소했다. 동종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 과제가 개발 단계에서 양산 단계로 이행되면서 비용 구조가 조정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 등 자회사를 통해 육·해·공 전 분야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지상체계에서는 기동·화력·대공 무기체계부터 유무인 복합체계까지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정밀유도무기 분야에서는 추진기관·유도조종 시스템 등 핵심 구성품의 내재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올해 R&D는 1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전차·장갑차 등 지상체계 수출 확대로 후속 개발 및 성능 개선 투자가 강화된 가운데 항공우주 및 극초음속 비행체 엔진 개발 등 신규 분야로 투자축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메탄엔진·덕티드 램제트·극초음속 이중램제트 등 고난도 추진기관 개발에 나서며 차세대 비행체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탄엔진은 재사용 발사체의 글로벌 트렌드에 적합한 구조로 회사는 1990년대부터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올해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추진하는 35톤급 메탄엔진 개발 과제를 수주하며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무인 전동화 플랫폼 '블랙 베일'(Black Veil)과 수소 차륜형장갑차 등 지상무기 전동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지상 전투차량의 전동화는 민간에서 검증된 수소기술을 군용에 적용하는 첫 사례다.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ADEX 2025'에서 현대로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폴란드형 K2 전차 K2 PL MBT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KAI의 R&D 지출은 1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급증했다. 증가율로만 보면 4개사 중 가장 높다. T-50 고등훈련기, FA-50 성능개량, KF-21 체계개발, 무인항공기(UAV), 소해·상륙공격헬기, LCH·LAH 등 항공기·헬기 개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배경이다.

인공위성 본체·발사체 개발, 소형항공기 인증기 개발까지 맞물리며 항공기·우주체계 전반에서 개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KAI는 수리온·LAH 등의 항전 시스템(LRU)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KF-21 자동시험장비(ATE) 본체 개발, 위성 전력조절·탑재컴퓨터 개발 등 핵심 장비 국산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누리호 1~3단 주요 구조체 설계·제작에 이어 고도화 발사체(FM4~FM6)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A321·A320 항공기 구조물 개발, 저충격 위성분리장치 개발 등 항공우주 구조물 분야에서 역량을 확대 중이다.

LIG넥스원의 올해 R&D 지출은 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인공지능·사이버전·유무인 복합전장 등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 양상이 모자이크전으로 확장되면서 C4ISR 기반의 정보·감시·정찰 능력뿐 아니라 사이버를 더한 C5ISR, 미사일시스템, 미래전장을 개발축으로 삼아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기술 기반이 견고하다. 유도무기·정밀타격·센서·레이더 등 핵심 체계에서 개발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정밀유도무기 시장의 수요 확대와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중기적으로도 R&D 확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군비 경쟁 심화와 장거리 정밀타격·항공기 개발 등 차세대 무기체계 투자가 확대되면서 R&D 중심의 비용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