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알짜' 미국 시애틀 노선 확보를 두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장거리 운항 경험을 갖춘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노선의 배분을 다음 달 확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애틀을 포함한 10개 노선을 정부에 반납하면서 항공사 간 경쟁 구도가 새롭게 짜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해당 노선들을 대체 사업자에게 재배분해 시장 집중도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애틀은 지난해 이용객이 54만5766명으로 북미 노선 가운데 다섯 번째로 수요가 많은 노선이어서 항공사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노선 배분 결과에 따라 국내 미주 항공 시장은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제주항공·파라타항공 등 사실상 모든 중저비용 항공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에어프레미아가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지만 최근 APEC을 계기로 티웨이항공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주 3대 노선(LA·뉴욕·샌프란시스코)을 안정적으로 운항 중인 데다 장거리 최적화 기재인 B787-9를 단일 기종으로 운영하며 안정성을 극대화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예비엔진 보유율이 25%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업계 평균(10%)의 2.5배 수준이다.
장거리 노선에서 엔진 예비율은 기재 회전율과 운항 중단 리스크를 가르는 핵심 지표인만큼 운항 안정성 측면에서 에어프레미아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8대를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1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어서 기단 운용 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시애틀 노선 신청 여부는 회사 내에서도 비공개로 관리돼 확인하기 어렵다"며 "장거리 노선은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현재 별도로 준비한 내용은 없다"고 신중한 입장를 취했다.
티웨이항공은 유럽·호주·캐나다 등 취항 장거리 실적을 내세우며 경쟁 구도로 부상하고 있다. 티웨이는 지난해부터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와 밴쿠버를 잇달아 취항하며 국내 LCC 가운데 유일하게 유럽과 미주 노선을 동시에 운항하고 있다. 대형기인 A330·B777을 확보해 장거리 공급 능력을 갖췄다는 것도 강점으로 인식된다. 여기에 티웨이의 최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이 지난 APEC 정상회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이 정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시애틀 노선은 내부에서도 대외비로 관리되는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신규 노선 관련 준비·신청 여부 역시 현재 단계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항공과 파라타항공도 시애틀 도전에 나섰지만 대형기 기단을 보유하지 못해 현실적으로 노선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두 회사 모두 중단거리 중심의 B737 기단 운영 구조여서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대형기를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애틀 노선은 공정위가 먼저 적격성 심사를 진행한 뒤 국토부 평가 대상이 된다"며 "대체 항공사 선정 후에도 해외 당국 협의·슬롯 확보 등 절차가 있어 실제 운항 시점은 항공사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경쟁력이 있는 항공사로 범위가 좁혀진다고 본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미주 서부 노선은 기존에 LA·샌프란시스코를 운항해본 항공사가 배정받는 것이 운영 효율성과 승객 서비스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제주항공·파라타항공은 대형기 기단과 장거리 운항 경험이 부족해 현실적 경쟁력은 티웨이와 에어프레미아 두 곳으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