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명품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주요 브랜드 대부분이 올해만 수차례 가격 인상을 반복하는 이른바 'N차 인상'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셀린느는 이달 중순 '룰루 백' 라인을 포함한 일부 가방·액세서리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라지 룰루 백은 335만원에서 350만원으로, 틴 룰루 백은 250만원에서 265만원으로 각각 4.5~6% 올랐다. 같은 날 티파니도 반지·팔찌·목걸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3% 조정하며 연내 세 번째 인상을 단행했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샤넬은 지난 4일 '샤넬 25' 핸드백 라인을 평균 9% 올렸다. 스몰백은 907만원에서 992만원으로, 미디엄백은 970만원에서 1073만원으로 10% 넘게 상승했다. 샤넬은 올해만 1월(가방), 3월(코스메틱), 6월(가방·주얼리), 9월(지갑·신발)에 이어 연말 다시 가격을 조정했다.
루이비통도 7일 알마 BB, 스피디 반둘리에 30 등의 가격을 3~4% 추가 인상하며 올해 들어 세 번째 조정에 나섰다. 보테가베네타는 지난 6일 '라지 안디아모'를 1136만원에서 1301만원으로 14.5% 올리는 등 올해 2월·5월에 이어 세 번째 인상을 단행했다. 불가리는 10일 세르펜티·디바스 드림 등 주얼리·워치 라인을 3% 인상했으며, 바쉐론 콘스탄틴과 오메가도 5% 안팎의 가격을 조정했다.
연말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최소 10개 이상의 주요 브랜드가 가격을 올린 셈이다. 단순히 환율·원자재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가격이 오를수록 소비자는 '더 오르기 전 사자'는 심리를 보이고 브랜드는 이 수요를 가격 정책에 적극 활용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한국만 유독 가격 인상이 잦다"며 '배짱 장사'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최근 구찌·끌로에·로에베 등 명품 브랜드에 재판매가격유지(RPM)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같은 브랜드들의 한국 내 가격은 올해만 3~5차례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