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65세 법정 정년연장입법 연내통과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행 정년 60세와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인 65세 사이의 '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년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노사 협상만으로는 제도 도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치권이 입법을 통해 정년연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약 102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해당 비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가는 데 17년이 걸렸는데, 이는 대표적인 고령 국가인 일본보다도 7년이나 빠르다. 일본은 24년, 미국은 72년, 프랑스는 115년 걸렸다.


문제는 빨리지는 고령화 대비 이를 감당할 만한 방안은 부족하다는 거다. 대표적인 게 정년 제한에 따른 경제적 이슈다. 정년이 지금처럼 60세로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65세까지 5년간 소득을 벌 창구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매달 받던 월급이 끊기게 되면 노년층의 경제적 기반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고 노년 빈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평균보다 약 2.5배 이상 높다.

노동계가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의 빈곤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단 지적이다. 노인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선 임금피크제, 선별적 재고용 등의 방식이 아닌 65세 정년연장의 보편적·일률적 적용 법안을 입법시켜야 한다는 게 양대 노총 입장이다. 그동안의 논의 과정을 감안하면 기업 내 노사 협상만으로는 정년연장 논의가 한계에 이른 바,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대 노총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채용 확대와 고령자의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어떠한 수치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며 "선별적 재고용 방식은 사업주가 뽑고 싶은 사람만 계약직으로 뽑아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노동계와 달리 경영계는 65세 정년연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년연장이 현실화되면 호봉제 중심 임금체계를 채택한 국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60~64세 근로자 59만명의 고용 유지 비용이 연간 약 30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25세에서 29세 청년 약 90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다. 정년연장이 된다고 해도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정규직만 혜택을 보는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고 청년 취업난 속 세대 간 갈등도 격화할 수 있다.

경영계 우려에도 노동계 입장은 확고하다. 세부 방안은 협의할 수 있지만 정년연장 자체에 대해선 물러날 수 없단 방침이다. 한국노총 핵심 관계자는 "국민연금 개편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고 임금·고용·노동시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유연하게 임하겠단 입장도 밝힌 바 있다"면서도 "(정년연장은) 사회 전체가 논의해야 할 부분으로, 기업도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 역시 "법적 정년 연장 관련해 개별기업 차원에서 협의가 필요하단 부분에는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퇴직 후 재고용 등의 방안이 도입되면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심해지고, 일자리의 질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년연장이) 국회에서 하루 빨리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4월 출범한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노사 모두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입법을 추진 중이었으나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