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2024년까지 대·중소기업 임금격차와 출산율 간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두 지표 간 반비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출산·육아 관련 물가는 오히려 치솟는 '육아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아의류. /사진=뉴스1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벌어질수록 출생아 수가 줄어든다는 '반비례' 관계가 데이터로 입증됐다. 최근 10년간 이 격차가 심화하면서 약 3만1000명의 아이가 덜 태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양육 부담이 출산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터치연구원 한원석 책임연구원은 24일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의 13년간(2008~2020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1% 증가할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0.005명씩 감소하는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연구원은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중소기업의 1.6배에 달한다"며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는 교육비 등 자녀 양육비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에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OECD 평균적으로 전체 근로자의 60%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만큼, 임금격차 확대는 국가 전체의 출산율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분석 결과를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는 17.8% 증가했다. 이를 OECD 분석 결과에 대입하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4명(2015년 기준)에서 0.09명 감소한 1.15명이 된다.

이를 2015년 출생아 수(43만8420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난 10년간 임금격차 때문에 줄어든 출생아 수가 총 3만1467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통계에서도 임금격차와 출산율의 강한 반비례 관계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중소기업 간 월평균 임금격차는 2011년 185만원에서 2024년 258만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24명에서 0.75명으로 급감했다. 두 지표의 상관관계는 -80%로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지표의 상관관계는 0%에 가까울수록 우연에 가깝고 100%에 가까울수록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이때 플러스는 정비례, 마이너스는 반비례를 나타낸다.

한원석 연구원은 "임금격차 확대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중소기업 근로자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고용주가 급여 자동상환을 보증하는 '저금리 출산 대출' 도입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아동수당 및 부모급여 인상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