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과 남구 등지 거리 곳곳에 내걸린 더불어민주당 명의의 정치 현수막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상이나 근거 제시는 없이 자극적인 단어들만 나열해 정치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함께 일부 지역에서는 당협위원장의 '자기 홍보'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최근 부산 남구 조각공원로 일대와 기장군 주요 도로변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개발 정보 활용 투기', '해외 도박'이라는 붉은색 자극적 문구와 함께 "자랑스런 구청장(군수) 없나요?"라는 문장이 적힌 현수막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시됐다. 현수막에 표시된 공직선거법 위반은 동구청장, 재개발 정보 활용투기는 사상구청장, 해외 도박은 금정구청장을 지칭한 것이며 기장군과 남구 등의 단체장은 해당 사항이 없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현재 재직 중인 구청장이나 군수의 비위를 고발하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3곳의 현직 단체장들 외에는 전혀 무관한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지역 내 특정 인물의 비위 사실인 양 암시하여 유권자들의 오해를 유도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비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기장군의 경우 상황이 더 노골적이다. 기장군 관내에 걸린 현수막에는 최택용 더불어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장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의 얼굴 사진까지 큼지막하게 인쇄돼 있다. 또 해당 현수막에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군수'를 표시해 전혀 해당 사실이 없는 현 정종복 기장군수가 위법행위를 한 것 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표시했다. 부산의 16개 구군 단체장 중 군수의 직책은 기장군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 부산시당 차원의 대여 공세를 넘어 '사전 인지도 쌓기'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남구가 지역구인 박수영 국회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한마디로 비열하고 저열하다. 현명하고 수준높은 남구 유권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비열한 더불당을 심판하시리라 믿는다"며 "선관위와 언론도 관심 가져야 우리 정치판에서 이런 저열한 행태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장읍 주민 박 모(62) 씨는 "비리 척결을 외치는 현수막이라면서 정작 내용은 모호하고 본인 얼굴만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다"며 "주민을 위한 공익적 목적보다는 비판을 가장해 자기 얼굴을 알리려는 속셈이 너무 뻔히 보여 불쾌하다"고 질타했다.
지역 정계의 한 관계자는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는 가운데 이제는 비방용 현수막마저 개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양새"라며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건전한 정책 비판이 아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문구와 꼼수 홍보는 결국 정치 불신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