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ELS 판매 은행에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사진=금융감독원

국내 은행권에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와 관련 4년 만에 조단위 과징금이 예고된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홍콩 ELS를 판매한 KB국민·신한·NH농협·하나·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조 단위 과징금으로 생산적 금융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은행들의 생산적 금융에 장애가 없도록 과태료 한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과징금을 최종 확정할 때까지 RWA(위험가중자산)에 반영하는 걸 유예하는 것을 검토, 생산금융·모험자본 투자에 정책적으로 장애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은행들에 대한 자본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달 28일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사에 약 2조원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지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는 금융회사가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통상 해당 금액의 600%를 운영리스크로 추가 인식해 최대 10년간 RWA 부담이 이어진다.


금감원의 사전 통보대로 과징금 규모가 2조원으로 확정되면 단순 계산상으로도 약 12조원의 RWA 증가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경우 금융지주 CET1(보통자자본비율)이 100bp(1.0%포인트)가량 떨어질 수 있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분모에 해당하는 RWA 증가는 CET1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CET1은 글로벌 은행 규제의 핵심 지표로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나 경영개선 권고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에서 강조하는 생산·포용금융에 대한 투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과징금이 확정될 때까지 RWA 반영에 유예하는 방안과 함께 과징금에 따른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식도 가능한지 분석하는 중이다.

이 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이달 말 마무리하는 데 이어 내달 10일까지 임직원 인사도 마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원장은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제조·판매 책임을 각각 명확하게 정의해 상품 판매로 신뢰가 무너지는 부분이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며 "소비자보호총괄 감독국을 배치해 사전 예방을 강화한다는 방향으로 12월 말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소비자 보호는 사고 발생 이후 사후 구제를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했는데 그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게 최고 과제"라며 "국정과제와 관련해 새롭게 수행해야 할 임무까지 반영해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금감원은 각 업권별 특성을 반영한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만들기 위해 토론회를 하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을 밟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월 말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안이 철회된 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서 소비자 보호 강화 개선과제를 발표하고 이를 반영한 조직개편안을 연내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0월말 금감원은 이 원장 주재로 임원 토론회를 하고 민원이 많은 보험·금융투자업권의 감독 개선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