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IT 서비스 자회사인 KT DS가 입주한 방배 사옥 모습. /사진=뉴스1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주범이 드러나며 경찰 수사의 윤곽이 나오는 가운데 KT의 반성 없는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적용을 언급한 만큼 KT에 대해서도 과징금 및 위약금 면제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경찰은 지난 8일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과 관련해 장비운용 4명(구속 3명), 자금세탁 3명(구속 2명), 대포유심 관련 5명, 범행계좌관련 1명 등 모두 13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컴퓨터이용등사기 혐의로 검거했다. 상선(윗선)에 대한 인터폴 적색 수배 등 해외에 있는 공범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KT가 소액결제와 해킹 사건 당시 정부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KT가 해킹 사고 처리 과정에서 고의로 서버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으며 경찰은 총괄자로 지목된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아직도 KT 경영진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침해사고를 은폐하고 있음이 드러난 만큼 과기부는 위약금 면제 등 강도 높은 행정조치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KT 해킹을 수사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11월6일 중간 발표를 통해 KT가 해킹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연 신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KT가 지난 9월1일 경찰로부터 무단 소액결제 발생을 전달받고 내부망의 이상 신호를 발견해 같은 달 5일 차단 조치를 했음에도 신고는 8일 진행하는 등 신고를 늦게 했다고 밝혔다. 프랙 보고서에 언급된 국가배후 조직에 의한 KT 인증서 유출 정황과 관련해 KT는 지난 8월1일 관련 서버를 폐기했다고 한국 인터넷진흥원에 답변했으나 실제로는 8월1일(2대), 6일(4대), 13일(2대)에 걸쳐 폐기하는 등 폐기시점을 당국에 허위 제출했으며 폐기 서버 백업 기록(로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9월18일까지 조사단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KT가 외부 업체를 통한 보안 점검에서 9월15일 내부 서버 침해 흔적을 확인했으나 18일 당국에 지연 신고했다고도 전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최수진 의원(국민의힘·비례)은 지난 9월 KT가 대규모 해킹 사고를 단순 소액결제 피해 사건으로 축소하는 등 총 11차례에 걸쳐 거짓 해명과 말 바꾸기를 반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KT는 ▲소액 결제 피해자 수 ▲침해 정황 여부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개수 ▲피해 발생 지역 등 해킹과 관련된 사항들을 지속 축소해 발표했다. 지난 10월21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황정아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유성구을)은 KT의 추가 피해자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이현석 KT 부사장에 대한 위증 고발까지 거론했으며 노종면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부평구갑)은 KT의 반복된 거짓말이 14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아현 화재·위성 매각 때도 논란… "실질적인 제재 필요" 목소리도

서울 KT 사옥 모습. /사진=뉴스1

KT가 대형 사고 국면에서 거짓으로 대응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일대의 통신을 마비시켰던 KT 아현지사 화재 때도 논란이 됐었다. 당시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 사장은 화재 이후 언론을 통해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많이 접목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감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화재가 발생했던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화재 감지기 정도만 있었을 뿐 사물인터넷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당시 국회 과방위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KT가 협력사들을 압박해 화재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2013년 정부에 어떤 통보나 논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중국 홍콩 ABS사에 전략 물자인 무궁화 1호, 2호, 3호 위성과 주파수, 관제소를 헐값에 넘긴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KT는 위성 매각에 대해 "위성 자체 매각대금이 5억원인 것은 맞으나 기술 및 관제 비용으로 200억원 이상을 별도로 받는 계약이 체결돼 있어 헐값 매각이 아니다"라며 "대체 위성 발사 후 용도 폐기된 위성이어서 신고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무궁화 3호는 당시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 회사인 스카이라이프의 '백업 위성'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위성을 5억원에 매각한 후 KT는 연간 수십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하며 이 위성의 CS(통신용 중계기) 12기를 임대해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2021년 유명 유투버 '잇섭'이 10기가 인터넷 요금제의 인터넷 속도가 KT의 SLA 테스트 결과 100Mbps로 나오고 있었다고 밝혀 정부 조사까지 진행됐으며 이 사건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갤럭시S25 사전예약을 진행한 후 뒤늦게 '선착순이었다'고 일방적으로 밝히고 고객들의 사전 예약을 취소해 방통위의 사실조사를 받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굵직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KT가 일단 사건을 은폐 및 축소하려고 하는 것은 '그래도 되니까'라는 인식이 조직 내부에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이라며 "단순 과징금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 조치를 취해야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